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호열)가 신문사의 불법 판촉행위를 규제해왔던 ‘신문고시’를 3년간 더 운영한 뒤 폐지 여부를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공정위에서 신문고시 등과 관련된 회의를 개최한 공정위는 전원합의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신문고시(신문업에 있어서 불공정거래 행위 및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의 유형 및 기준)는 무가지와 경품을 더한 금액이 연간 구독료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3년 공정위가 경품·무가지 등 불법 판촉 행위를 직접 처리하기 전까지 불법 판촉행위 규제는 신문업체들의 자율에 맡겨져 있었으나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2003년 공정위가 직접 처리하도록 고시가 개정된 바 있다.

한철수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신문고시 유지 배경에 대해 “현재 신문시장은 무가지 살포와 과도한 경품제공이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신문고시를 폐지할 정도가 아니다”라며 “신문시장이 정상화됐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면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장은 최근 신문고시 위반에 대한 제재수위가 낮아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 액수가 줄어든 것은 법위반 행위 기간과 정도 측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만한 건수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를 가지고 시장 상황이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단발성으로 경품을 주는 행태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국장은 신문고시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와 관련해서는 “사건 처리기준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신문지국은 영세 사업자라서 무작정 강하게 제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은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제재강화 등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12일 성명을 통해 “공정위의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문제는 공정위가 이명박 정부들어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애써 눈감아 왔다는 점”이라며 “신문고시 위반 신고가 현 정부들어 대폭 늘어나는 등 신문시장의 혼탁상이 더 심해졌음에도 공정위는 직권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신문시장의 부당한 경품제공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6월 15일~16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중동 지국 90곳의 신문고시 준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89곳이 고시를 위반했음을 지적하며 “거대 족벌신문들은 2002년 헌법재판소가 신문고시 합헌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고가의 불탈법 경품과 무가지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며 신문시장 질서를 유린하고 신문고시를 위반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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