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촛불시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MBC의 막내기자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2013년 같은 기수로 MBC에 입사한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기자가 4일 유튜브에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들은 영상 설명에서 “‘엠병신’ 막내 기자들이 묻습니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은 과연 누구입니까”라고 썼다. MBC 안과 밖의 비판에도 변함 없는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작년 11월10일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앞에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주최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 모습.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작년 11월 12일 광화문 ‘100만 촛불집회’ 당시 중계차에 올랐던 곽동건 기자는 촛불시민들로부터 ‘엠병신’이란 조롱과 욕설을 들어야 했다. 곽 기자는 영상에서 “(촛불집회) 현장에 나간 기자는 마이크 테그조차 달지 못했고, 실내에 숨어서 중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면서 “‘부끄럽지 않냐’고 호통 치시는 시민들이 많아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MBC는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 증거 능력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됐다. 정작 지난해 10월29일 MBC는 “태블릿 PC, 최순실이 쓰다 버린 것 맞다”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제 MBC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보도를 내놓으며 자신들의 말을 번복하고 있다.

이덕영 기자는 “최순실 것이 맞다는 보도를 냈다가 의심된다고 수차례 번복되는 모양새도 우습지만,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조차 않은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 하는 현실에 저희 젊은 기자들은 절망하고 있다”면서 “뒤늦게 최순실 특별취재팀도 꾸렸지만 한 달도 안 돼 해체했고, 메인뉴스 시청률이 2%대에 접어든 지금도 보도본부장은 오히려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라며 간부들을 격려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모습.

과거 MBC에는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등 깊이 있는 보도와 시사다큐를 제작해왔던 기자와 PD들이 많았다. 하지만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이들 중 다수가 제작 현장에서 쫓겨나게 됐다. 전예지 기자는 “MBC뉴스를 이끌었던 기자 선배들을 못 본지 오래됐다. 5명의 기자가 해고됐고, 50명이 넘는 기자가 마이크를 잡지 못한 채 취재조차 못하는 곳으로 쫓겨나 있다”면서 “회사 전체로 따지면 유능한 PD와 아나운서 등 200여명이 보도국 밖으로 쫓겨나 아직 109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3명의 막내기자들은 “(기자와 PD들이)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보도제작국 밖으로) 쫓아내고 보는 이 상황에서 보도국에 남아 있는 기자 30여명은 실명으로 글을 쓰며 저항하고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까지 했지만 회사는 들으려고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들을 향해 “‘왜 진작 나서서 이 사태를 막지 못했냐’고 ‘그 안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서 그러냐’고 혼내셔도 욕하셔도 좋다. 일선에서 취재한 저희 막내 기자를 탓해도 좋다”면서 “다만 MBC가 다시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 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 MBC를 아직 포기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달라. 이 안에서 저희 젊은 기자들이 더 절실하게,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한번만 더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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