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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보고서 논란이 보여주는 것문-반 양자구도 굳어지는데, 여전히 내실없는 정계개편론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1.04 15:20

때 아닌 보고서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후보 선출을 기정사실화 하고 개헌을 고리로 한 이른바 제3지대 정계개편론을 비판한 보고서를 ‘친문 인사’들에게만 전달했다는 동아일보 보도 때문이다.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익 전 의원이 보고서를 당 대표 등 지도부와 다른 대권주자들에도 전달했다고 해명했고 추미애 대표가 진상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보고서의 내용 자체에 대해 국민의당 지도부까지 한 마디씩 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보고서의 작성 경위와 전달 과정에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당 지도부는 공정한 경선관리를 해야 하는 주체인데, 당의 싱크탱크가 여기에 정치적 흠집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당 지도부가 이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상황이 대권을 둘러싼 최근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말할 수도 있다. 최근 공개된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양자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나 ‘조기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는 정계개편이 어떤 형식으로 되던 대선 구도가 여기서 벗어날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반복해서 회자되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정계개편론은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이 구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기획으로 읽힌다. 문제는 정계개편이 현실화되더라도 문재인 대 반기문이라는 양자구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일각에서 꿈꾸는 대로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 반기문 전 총장 세력 등을 하나로 묶어 ‘드림매치’를 벌인다고 해서 이 상황이 달라질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기자실을 찾아 신년 인사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지지층이 붕괴된 현실을 보자면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층은 이념적으로는 중도 지역적으로는 호남에 걸쳐 있었는데 현재 이들 일부는 문재인 전 대표 쪽으로 일부는 반기문 전 총장 쪽으로, 또 일부는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성남시장 쪽으로 이동해있다. 손학규 전 의원이나 정동영 의원이 나선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개혁보수신당의 유승민 의원이 본격적으로 대권행보에 시동을 건다 하더라도 보수층이 분열된 상태에서 얼마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면서 보수적 유권자층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은 더 우려스럽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직접 대선에 나서는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있다. 강경보수는 황교안 총리를 지지한다는 도식이 성립되면 반기문 전 총장을 제외한 보수정치에 몸을 담은 그 누구에게도 대권은 쉽지 않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성공하면 성공하는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대로 개혁보수신당과 유승민 의원에는 위협이 된다는 점도 문제다. 만일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추진하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축출이 현실화되면 앞서 언급한 새누리당 자체 동력에 의한 대권후보 옹립을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게 돼 대선에서 보수적 유권자층은 나뉘어 질 것이다.

반대로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 반기문 전 총장의 탈새누리당 행보가 가속화되고 이를 따르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엑소더스’가 현실화될 것이다. 이들의 종착지는 결국 개혁보수신당이 참여하는 어떤 형태의 정계개편이 될 확률이 높은데, 결국 이는 새누리당을 대신할 또 다른 보수정당의 출현이 될 뿐이다.

결국 제3지대 정계개편이 현실화 될 경우 반기문 전 총장을 지지하는 거대 세력의 등장이라는 시나리오로 귀결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결국 반기문 전 총장의 최대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로 등치될 것이다. 반기문 전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의 양자대결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로 기성 정치권의 합종연횡 형태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공학이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 문제는 그 공학이 무엇을 위해 작동하느냐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논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런 ‘합종연횡’이 어떤 시대정신을 관철하기 위한 것인가를 따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이들의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개헌’을 고리로 한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정계개편론자들이 말하는 개헌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의 대통령제에 내각제적 요소를 첨가하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최근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등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런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내놓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으로 집중되게 됐고,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이를 국정농단이나 비리에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거다.

그러나 분권형대통령제나 내각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완전한 형태의 내각제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수상에게 권력이 집중되면 같은 문제가 재발한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내각제가 뿌리내린 사회 역시 수상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양원에서 개헌선을 사실상 확보한 아베 신조 총리나 대연정으로 유례없는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 같은 사례는 내각제 형태의 정치체제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왜곡과 이를 통한 권력의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만일 한국과 같은 사회에 별다른 보완적 장치 없이 곧바로 내각제적 체제를 도입하면 많은 정치적 문제를 의회의 수상에 대한 불신임권이나 수상의 의회해산권으로 해결하려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도 문제다. 즉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딜’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정치적 딜’의 과정에 국민적 여론 수렴이 가능할 것인가는 정치적 경험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문제에서 제도가 담보해줄 수 있는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정계개편을 겨냥한 개헌론이 합종연횡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미 명분이 확보된 선거제도 개혁을 개헌론에 연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를테면 독일식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등은 손학규 전 의원이나 국민의당이 이미 언급하고 강조한 바 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 측은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다. 현대정치에 민의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선거제도라는 지적은 다시 말하지만 충분히 일리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이라는 당위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제도는 법률을 고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5주기 추모행사에서 추도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안희정 충남지사. (연합뉴스)

명백한 것은 이 정계개편 구상이 ‘선거제도’가 아니라 ‘개헌’을 고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선거제도 개편에 동의하면, 선거제도 개편의 현실화로 모두가 만족하는 게 아니라 논란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계개편의 고리는 다시 분권형대통령제나 내각제 개헌으로 협소화될 것이다. 결국 개헌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제대로 세우는 게 먼저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등 국정농단 사건 등의 방지책이 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자고 하면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이 이런 방법을 취하지 않는 것은 개헌 논의가 이렇게 진행되면 백가쟁명식 논쟁구도에 빠져 국민은커녕 정치권도 합의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개헌 논의 자체가 아래로부터의 문제의식 공유로 시작되어야 실제로 개헌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헌의 마지막 관문은 국민투표인데, 바로 이런 선행조건이 있을 때에만 국민투표도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보고서 논란의 근본적 원인은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양자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대선 정국과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론의 허약함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 논란을 당 운영의 문제로 본다면 내부에서 해결할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고 하면 양자 구도를 허물 수 있는 정책적 어젠다의 제시와 시대정신의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정공법이 없이 ‘문재인 포위망 구성’이라는 수박 겉핥기식 이합집산론에 몰두하는 정치는 반드시 실패하게 돼있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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