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의 <돌발영상>이 오늘부터 중단됐다.

이는 지난 구본홍 YTN 사장의 사퇴로 임시 대표이사를 맡은 배석규 전무가 임기가 보장된 보도국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돌발영상>의 임장혁 팀장을 경영기획실로 발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돌발영상> 제작진에게 찾아온 갑작스런 인사조치. <돌발영상>,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사실 <돌발영상>은 6개월의 공백기간을 거쳐야만 했다. 구본홍 사장 반대투쟁으로 인해 임장혁 팀장이 징계 조치 받으면서 중단됐던 것이 지난 4월 20일 시청자에게 돌아온 것이다. ‘까마귀 날자 하필 배가!’ 편으로. 이 편에서는 왜 유독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최시중 위원장이 들어오면서부터 각 방송사에 불화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다루고 있다. 그 방송사에는 MBC와 KBS를 비롯해 YTN도 포함돼 있었다. 이것은 공백기간을 거쳤지만 굽히지는 않겠다는 포문과도 같았다.

▲ 6개월 만에 돌아온 '돌발영상' 4월 20일 '까마귀 날자 하필 배가!' 편ⓒYTN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돌발영상>이 다시 시작된 지 4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다시 잠정적으로 중단 사태에 이른 것이다. 도대체 <돌발영상>이 어쨌기에?

다시 돌아온 <돌발영상> 훑어보기

세련된 방식의 정치풍자. 한마디로 변함없었다. 그리고 시기와 조화되는 그 풍자는 한 층 강화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었나?

◇ 5월 23일(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 <돌발영상>은 25일 ‘꿈’ 편을 비롯해 ‘고향’, ‘21년 전 노무현’ 편을 내보낸다. 그 안에 딱히 정치적 풍자는 없다. 그저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에 대한 추모 영상일 뿐이다. 그러나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누군가에게는 추모 영상일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양가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 정부에 불만이 많은 상황에서라면. 그리고 정치적 타살이라는 당시의 상황과 맞물린다면 더더욱.

◇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서 : <돌발영상>은 무던히도 이명박 대통령을 쫓는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롯한 이명박 정권의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간 민주당을 국회로 돌아오라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국회로~”라며 민주당을 질책한다. 그러나 ‘과거와는 거꾸로’ 편에서는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수도이전 및 사학법 개정 논란 당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광장으로 모입시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있다. 광장을 열어주지 않던 이명박 정부. 야당시절 이명박 대통령은 광장에서 시위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살기 좋은 세상’ 편 <돌발영상>은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했다. ‘서민정책’을 외치며 이문동 골목을 찾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장상인들의 불만토로 머뭇거렸다. 희망을 가지라며 던지는 그의 말은 “내가 옛날, 젊었을 때 재래시장 노점상 할 때는….”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때 이렇게 만나서 얘기할 길도 없었어”. 뭐람.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라는 건지 당최.

▲ '돌발영상'의 '살기 좋은 세상' 편ⓒYTN

<돌발영상> ‘대통령의 원대한 구상’ 편(7월 15일). 장마로 인한 비 피해에 대한 영구적인 대책을 강조하던 이명박 대통령. 그의 구상은? 바로 “그런 식으로 할 게 아니고, 피해가 나는 외딴 마을은 한 곳에 모아서”살라는 것.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은 한 말씀 남긴다. “모여 살면 정부가 행정적 서비스 하는 것도 편리해지고….”, “돈도 얼마 안든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최근 방영된 ‘궁금증’ 편(8월 5일). 이명박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고급품만 만들어 내면 길이 얼마든지 있다. 10년 안에 좋은 세상이 온다”는 말을 남긴다. 이와 관련해 <돌발영상>은 한 가지 의문점을 던진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러나 단 한 누군가만 생각하지 않았던 궁금증. “소득 오르면 10년 동안 물가는?” 단순한 궁금증으로부터 풍자가 시작된다는 아주 상식적인 재미를 던져준 <돌발영상>의 묘미였다.

제대로 된 시사풍자 <돌발영상>

시사 풍자를 담당하는 곳에서는 주제선정에 고민이 덜 정도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기가 바로 6월 이후 한국사회였다. 조문정국, 광장, 시국선언, 4대강살리기, 천성관, 미디어법의 재투표와 대리투표 논란, 쌍용차문제까지. 그 안에 시사풍자를 표방하고 있는 <돌발영상>은 그야말로 두드러진 영상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 조문정국과 광장 : <돌발영상> ‘광장’편에서 카메라는 서울광장의 무대를 비춘다. 그리고 자막이 붙는다.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이라고. 그리고는 이네 ‘그리고 … POLICE’라며 줌 아웃을 통해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전경버스의 모습을 비춘다. 절대 어울리지 않는 조화다.

그리고 <돌발영상>은 이내 광장에 대한 정의를 찾는다. “많은 사람이 모이도록 거리에 만든 넓은 터” 그리고, “여러 사람이 뜻을 같이 해 모일 수 있는 자리”. 그리고 인터뷰가 흐른다. “덕수궁 앞은 사람들은 많은데 공간이 너무 협소해요. 광장은 시민들의 공간이잖아요”라고. 이 당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정국이었다. 그는 “지금 시대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고요”라며. 그린고 경찰버스로 막아선 것이 아늑하다는 주상용 서울경찰청장 분들도 계시다는 같이 보여준다.

‘위수지역 이탈?’편에서는 덕수궁 앞 빈소를 몇몇 의경의 ‘실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해명하는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에게 일침의 영상을 던져준다. 분향소 철거 장소에 지휘하던 경찰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낙마 : ‘수신제가…’ 편에서는 쩔쩔매는 천성관 후보자의 모습을 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된다며 구속의견을 냈다던 천성관. 스폰서로 떠들썩했던 박 모씨에게 15억 5천만원을 빌렸고 같이 골프여행을 간 본인을 ‘포괄적 뇌물죄’로 기소할 의향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는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아들의 결혼식을 언급하며 소박한 결혼식을 올린 천성관의 모습을 부각시키려 하는데…. 이에 천성관 후보자는 “조그마한 교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답한다. 이때 다시 마이크를 잡은 박지원 의원. “워커힐 W호텔에서 안했습니까?”라고 묻는다. 게임 끝. 그렇게 천성관 후보자는 검찰총장직에서 낙마한다.

◇ 미디어법의 재투표와 대리투표 : 사실 <돌발영상>은 굳이 재투표와 대리투표를 제하고서도 미디어법과 관련된 영상을 많이 선보였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어느 패밀리의 힘’ 편. 7월 22일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 그리고 당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의 출석체크가 시작된다. 이에 “부끄러운 줄 알라”는 민주당 의원의 모습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빈정거림이 시작된다. “다 배운대로 하는 거야”, “조용히 해”, “대꾸하지마”. 이에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모욕당하는 것은 같은 국회의원으로써 우리가 모욕당하는 거야”라는 말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렇게 대꾸한다. “남의 집안일까지 참견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투표를 종료합니다”라던 이윤성 국회부의장. 재석의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 야당의원들은 ‘부결’을 외치며 환호한다. 그러나 투표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고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 결국 재투표가 실시된다. 이 <돌발영상>의 제목은 “지금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였다. 앵커가 중간에 던진 그 말 그대로.

▲ '돌발영상'의 '지금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편ⓒYTN

이밖에도 ‘잃어버린 책임자를 찾아서!’, ‘명백한 증거’, ‘CCTV에 관한 인간적 논쟁’, ‘하긴…!’ 편 등에서도 미디어법 날치기 이후의 모습들을 잘 짚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밖의 ‘쌍용차’와 ‘4대강’에 대한 풍자들 : 쌍용차문제를 다룬 ‘경찰을 위한 항변’ 편에서는 방패와 경찰봉만으로 어떻게 진압할 수 있겠느냐는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의 말. 그러나 그 방패로 찍히고 경찰봉으로 수없이 맞을 수밖에 없었던 쌍용차 노조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순간에 멋쩍어질 수밖에 없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모습이 아련해 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발영상>이 공을 들인 작품은 ‘4대강 살리기’사업. 역으로 이명박 정부가 가장 공들여 진행 중인 사업이다. 이 4대강 살리기 정책과 관련해 <돌발영상>은 ‘4대강 예산은 괴담 수준?’ 편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의 ‘올인’으로 인해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원들의 불만토로. 현재 4대강 살리기 사업에는 22조원의 예산이 책정되었고, 또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없는 상황.

쌍용차노조의 가족들이 울먹이며 정부여당에 호소하는 모습이 함께 실린다. “4대강 사업에 쓰이는 22조 가운데 1조 원만 쌍용에 투자하면….”

이 영상들이 다른 누군가는 불편했을 것.

<돌발영상>의 불편함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즐김의 대상이자 진실

<돌발영상>은 YTN의 그야말로 간판코너다. 다른 어떤 방송사에서도 선보이지 못했던. 일반 국민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정치라는 영역을 미디어를 통한 풍자와 유머로 승화시킴으로써 정치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돌발영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평가이다.

이 <돌발영상>을 YTN 자체적으로 중단시키게 된 오늘은 그야말로 ‘닫혀있는 광장’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현재의 <돌발영상>의 상황을 <돌발영상>으로 담았다면 어떤 영상이 나왔을까? 아마도, ‘광장’ 편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유와 독립이 있어야 하는 언론사’ 그러나 멈춰진 <돌발영상>,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에게 ‘불편’한 <돌발영상>, 또 다른 누군가들에게 그 불편함은 즐김의 대상이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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