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19대 대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대선구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양강체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 뒤를 촛불민심을 등에 업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뒤쫓고 있다.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고, 12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반 전 총장이 보수신당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국회 원내교섭단체 중 아직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유력대선후보는 눈에 띠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당 붕괴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국민의당은 강력한 대권주자로 분류됐던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며 외부수혈을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다음 행선지가 국민의당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초선의원은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손 연대 가능성은 제기돼왔다"고 밝혔다. 또한 손학규 전 대표가 강진을 떠나 정계 복귀를 선언한 시점부터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손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합류를 권유해왔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손학규 전 대표가 개인 신분으로 국민의당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는 오는 22일 개헌을 명분으로 '국민주권개혁회의'를 발족할 계획이며, 손 전 대표 측은 주권회의에 손 전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소속 일부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손 전 대표가 주권회의라는 단체를 매개로 국민의당과 당대당 합당 수준의 모양새를 갖춰, 제3지대 통합의 명분을 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향할 경우 안철수 전 대표와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손학규 전 대표가 개헌과 통합을 내세우며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주가는 하한가를 치고 있다. 2016년 줄곧 2~3위권을 유지하던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집회 정국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시장이 10%를 넘어서고 한때 문재인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동안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한 자리 대에 머물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지난해 12월 26~30일까지 유권자 2531명 대상, 응답률 21.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9%p)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7.5%를 기록, 반기문 전 총장(23.5%), 문재인 전 대표(23%), 이재명 시장(11.2%)에 이은 4위에 그쳤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6위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알앤써치가 실시한 1월 첫째 주 정례조사(1월 1~2일 성인남녀 1152명 대상, 응답률 5.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9%p)에서 안 전 대표는 5.9%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황교한 대통령 권한대행(7.2%)에도 밀리는 6위에 자리했다.

또한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 내에서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호남 민심이 안철수 전 대표가 아닌 문재인 전 대표 쪽으로 돌아서자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은 안 전 대표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당장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호남 중진인 주승용 의원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성식 의원을 꺾고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오는 15일 국민의당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에서도 사실상 호남세력 좌장 박지원 전 위원장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당초 이번 당 대표 경선은 박지원 전 위원장과 정동영 의원 양강구도로 펼쳐질 것으로 보였으나, 정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박 전 위원장의 독주가 예상된다. 현재 국민의당 당 대표에는 호남 세력에서 박지원 전 위원장과 황주홍 의원, 안철수계에서 손금주 의원과 김영환 사무총장,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이 등록했다. 안철수계 손 의원은 초선이고 김 사무총장과 문 본부장은 현역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호남세력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

좁아진 입지를 대변하듯 안철수 전 대표는 올해 들어 4일간 특별한 일정을 갖지 않았으며,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해 2박3일 간 일정을 소화한다. 안 전 대표는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향후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한 반전의 계기를 만드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권 표심의 문재인 쏠림현상, 비제도권 정치세력의 이재명 규합, 중도보수층의 반기문 결집을 뒤엎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손학규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설이 현실이 될 경우, 국민의당 내 대권 레이스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 측은 친문과 친박을 제외한 정치세력 통합 행보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손학규 전 대표 측은 안철수 전 대표, 반기문 전 총장, 유승민 의원 등 유력 대권주자들과의 연속적인 경선을 통해 제3지대 규합과 대선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도장 깨기' 전략이다. 손 전 대표의 측근은 "(손학규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우리는 안철수 전 대표든 반기문 전 총장이든 공정한 경선을 통해 패권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통합 대선후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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