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신뢰도가 MBC에 뒤진 것에 대해 내부에서는 “이병순 사장 체제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라는 분위기가 대다수다.

창간 100호를 맞아 시사주간지인 시사IN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2.1%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MBC를 꼽았다. KBS라고 답한 응답자는 29.9%다(중복 응답 기준). 시사IN이 2007년 여론조사를 했을 때는 KBS가 43.1%였으며, MBC는 35.3%였다. KBS의 신뢰도가 2년만에 13.2%나 하락한 것이다.(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

▲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이병순 KBS 신임사장(원 안)이 취임식장에 들어가기 위해 청원경찰을 동원해 ‘KBS사원행동’의 출근 저지를 돌파하는 모습. ⓒ안현우

이에 대해 KBS 기자 A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많은 시민들이 이념과 상관없이 애도를 했는데, KBS는 이를 있는 그대로 내보내기보다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이는 저널리즘적으로 분명한 왜곡”이라며 “이병순 사장 체제 이후 보도의 공정성 면에서 논란이 많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이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자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구성원으로서 부족했음을 느낀다. 사석에서 직원들끼리 우스개소리로 ‘2위나 했느냐’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신뢰도뿐만 아니라 영향력도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KBS사원 B씨도 “신태섭 이사·정연주 사장 해임 등 이병순 사장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겹쳐져서 전체 신뢰도가 떨어진 것 같다”며 “미디어법 투쟁시 MBC가 최전선에서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다보니까 권력 감시기능 면에서 시청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 KBS는 이 점에서 MBC에 비해 뒤쳐지긴 했다”고 말했다.

김진우 KBS기자협회장은 “이병순 사장이 선임된 이후 뉴스의 공정성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비록 MBC와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있긴 하지만 2년만에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11일 오후 6시에 열리는 운영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KBS노조위원장은 여론조사에 관련한 질문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전통적 강자’ 자리를 고수하던 KBS <뉴스9>의 신뢰도 역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신뢰도 면에서는 KBS <뉴스9>(17.1%)은 <뉴스데스크>(12.2%)를 4.9% 앞지르며 1위 자리를 고수했으나 2007년 여론조사에서 KBS <뉴스9>(21.8%)이 MBC <뉴스데스크>(14.7%)를 7.1% 앞선 것과 비교할 때 ‘하락’ 현상은 분명히 감지된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2007년 ‘프로그램 신뢰도’ 10위권 내에 KBS1 <뉴스광장>, KBS1 <생방송 심야토론>, KBS2 <추적 60분> 등 시사관련 프로그램이 다수 포함됐으나 현재 10위권 내에는 메인뉴스를 제외한 시사관련 KBS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으며 KBS <소비자 고발> <아침마당>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제작진들이 국민 여론을 읽고 함께 호흡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KBS는 상명하달식 문화 속에서 중간 간부들이 이병순 사장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걸 최대의 목표로 삼는 분위기다. 이런 사내 분위기는 프로그램의 경쟁력, 영향력,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심야토론>, <추적 60분>은 의제설정기능이 가장 중요한데 KBS가 우리 사회의 의제 설정을 주도해나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요한 대목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의제를 피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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