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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세력의 거짓 이분법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무능하다?
문한별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1.03 09:15

이상한 이분법이 있습니다. 보수는 다소 부패하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다소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는 이야기. 누가 퍼트린 공식인지 모르지만, 암튼 이것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다소 부패해도 유능한 보수를 뽑을래? 아니면 다소 깨끗해도 무능한 진보를 뽑을래?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들으나마나입니다. 무조건 유능한 보수를 뽑는다는 쪽으로 쏠릴 게 뻔하니까요.

만약 물음을 바꿔서 "다소 유능하지만 부패한 사람을 뽑을래?" 아니면 "다소 능력은 떨어지지만 깨끗한 사람을 뽑을래?" 하고 물으면 모르긴 몰라도 상황은 적잖이 달라질 겁니다. 위에 물음이 '유능/무능'에 무게를 두었다면, 여기선 '부패, 청렴'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문장의 순서를 조금만 변형시켜도 구하고자 하는 답이 크게 달라지는 장난질을 우리는 여론조사 설문지에서 종종 목도하곤 합니다.

문제는 상기한 이분법이 마치 절대적인 공식인 양 세간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치를 잘 모르는, 세칭 '정알못'들도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유식한 척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무능하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떠벌입니다. 과연 '이명박근혜'로 통칭되는 보수정권 10년이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진보정권 10년에 비해 더 유능했는지 아닌지 검증해 보지도 않고서 말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성남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 공식을 차용, 자신의 선거전략으로 삼은 것도 아마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많은 이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생각을 역이용해서 ‘더 깨끗하고 더 유능한 진보’를 어필하고 있습니다. 성남시의 성공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반부패+유능'의 이미지를 중도층 확장을 위한 자신만의 무기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거지요.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무능하다"는 잘못된 공식과 흡사한 맹신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군 안보에 관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새누리당에 대해서 말할 때마다 늘 되풀이하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거 많고 문제도 많지만 그래도 안보는 새누리 아냐?" 반대로 민주당에 대해서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안보가 불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닙니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박정희 정권 이래 수 십 년간 꾸준히 강요당해 온 '진보=좌파=빨갱이' 프레임에서 비롯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대북정책 면에서 새누리당이 보다 대립적인 자세를 취한 데 반해 민주당은 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편견을 부채질하고 있기도 하고요.

박근혜 당시 의원의 2002년 방북 사진

그러나 실상 북한에 대한 이 두 가지 태도는 접근방식에서 강(매파)·온(비둘기파)을 구별하는 것일 뿐, 두 당의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새누리당이 북한 정권을 향해 앞에서는 짐짓 험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뒤로는 다정하게 악수하는 모습이 최근 이슈가 된 박근혜와 김정일의 극비 만남과 편지교환 건을 통해 들통 나지 않았습니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최근 자신을 괴롭히던 종북몰이에 맞서, "병역비리 방산비리가 판치는 새누리야말로 안보 무능 집단"이며 "특전사를 나온 자신이야말로 국가안보에 최적임자"라고 소리를 높이는 것도 촛불집회 이후 달라진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색깔론에 방어적인 모습에서 공세적 대응으로 변화를 꾀한 그의 전략이 과연 통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문한별 칼럼니스트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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