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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특검 압박하며 "수사 성실히 임하겠다"?제3자 뇌물수수 의혹에 "나를 완전히 엮었다" 항변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1.02 09:21

해가 바뀌어 2017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정치 현실은 답답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은 1일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자청해 자신의 결백함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미르 K스포츠 재단 문제는 자신이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이디어를 냈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출연한 것이며, 최순실 씨의 여러 부정행위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며,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정상적으로 일을 하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정치적으로 또 법적으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게 전혀 없다는 점에서 배경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기자간담회는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가 강력히 요구한 결과라고 하는데, 청와대가 출입기자단에 노트북과 카메라의 지참을 금지하였다는 것을 보면 참모들은 이러한 형태의 기자간담회 개최를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게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즉, 참모들이 말리는데도 대통령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강행한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전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 직접 출석하거나 특검 조사에 응해 스스로의 입장에 대해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직접 소명하는 방법에 대해 거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주 박영수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헌법재판소의 독자적인 증거조사 등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애초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도 거부하였기 때문에, 이런 입장 표명은 결국 특검 조사까지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하였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특검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면서 특검 조사에 응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은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따라서 결국 빨라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고려해 자신의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특검의 중립성을 문제 삼은 것은 특검이 수사를 진행하면서 언론에 밝힌 사실들이 탄핵심판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을 일단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기자간담회 역시 특검 수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이를 여론에 호소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에 부담을 주려는 것으로 보면 아귀가 들어맞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반응한 것은 이런 측면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을 전제로 삼성 측에 최순실 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특검 수사 내용을 보면 사건 관계자들은 조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독대 과정에서 최순실 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직접 언급했다는 사실까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 의혹에 대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자체 판단에 의한 것이며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엮었다’는 것은 이런 사실에도 불구 특검이 무리해서 자신에게 혐의를 적용하려 한다는 판단을 드러낸 걸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 측과 특검에 대해 동일한 관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갖고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이날 기자간담회가 보여준 또 하나의 문제는 자신의 직무에 대한 공적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비선진료’ 등의 의혹에 대해 “해외 순방 때는 특히 피곤하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 영양주사를 맞을 수도 있다”면서 이를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하면서 “모든 사람은 자기의 사적 영역이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답변에 대통령의 건강은 2급 국가 비밀에 해당하는 중요 사안이라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명으로 대리처방을 받은 사실 등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답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대로 ‘영양주사’를 맞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이를 누가 판단하고 결정해서 실행했느냐이다. 그간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주사 처치는 청와대 의무실의 공적 경로를 통해 결정되지 않았다. 실제 주사 처치를 실행한 사람이 누군지도 불명확하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폰에서 이영선 행정관이 보낸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라는 문자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결국 제대로 된 자격이 없는 사람이 주사 처치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해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대통령직 수행에 요구되는 공적 특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탄핵의 불가피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법적으로는 다퉈봐야 할 문제들을 만든 셈이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오히려 스스로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2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이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 씨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지시한 걸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의 수사 내용을 보면 최순실 씨의 ‘자문’은 이후에도 계속됐던 걸로 보인다. 즉,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최순실 씨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에 대한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문건 유출 사건이 ‘지라시’로 정리되자 다시 ‘자문’을 재개한 걸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극구 부정한 것은 그야말로 기만적인 행태에 불과한 걸로 보여 진다. 탄핵소추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혹을 부정하며 자신의 지위에 연연하는 지도자를 어찌할 방도도 없이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불행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특검 수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라 하더라도 이런 정치적 부담까지 자초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은 올해 어떻게든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적절한 기자간담회는 이번에 선출해야 할 권력이 과연 어떤 성격의 것인지를 국민이 깊이 고민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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