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제 역할을 했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독재 정권 시절로 회귀해 언론을 통제하고 온갖 만행들을 저질렀다. 언론은 침묵과 동조로 그들의 공동정범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침몰 위기에 처했다.

언론의 바로서기;
송박영신, 적폐 청산을 향한 긴 호흡으로 나아가야 할 때

매일 쏟아지는 뉴스들은 박근혜를 향해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저지른 국정농단은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17세기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이런 조롱거리를 찬사로 바꿔 놓은 것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선 국민이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기괴할 뿐 이해할 수가 없다. 기괴한 정권을 맹신하는 집단의 외침은 그들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명박이 연 종편은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의 종말을 이끌었다. TV조선의 첫 보도 후 한겨레신문이 심층 취재를 시작했고,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스모킹건이 된 '태블릿 PC'를 보도한 JTBC는 이후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JTBC 뉴스룸

JTBC 뉴스룸의 보도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렇게 거대한 게이트는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언론들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취재하고 보도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KBS와 MBC의 논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언론이 본격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밝히기 시작하자 시민들이 화답했다. 2만 명이었던 광장의 시민들은 200만 명이 넘는 숫자로 확장되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란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 '촛불 집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남녀노소 좌우의 경계도 없는 시민들은 그렇게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최소한의 상식이 무너진 사회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들을 광장으로 불러들였다.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겠다는 그 염원은 작은 촛불을 통해 발현되기 시작했다. 국민의 분노는 그대로 철옹성 같았던 여의도를 감쌌다. 국민을 그저 투표기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주권자이고 국가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했다.

박근혜 탄핵 역시 광장의 목소리였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쁜 국회의원들에게 광장의 국민은 단호한 대처를 요구했다. 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국민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탄핵을 당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자로서 말이다.

헌재는 박근혜 측의 주장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탄핵 인용은 당연해 보이니 말이다. 여전히 '세월호 7시간'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버티는 박근혜는 더는 대통령으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 탄핵이 빠른 시일 안에 인용되어 특검의 수사를 받아 구속 수감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 속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광장은 매주 수백만의 촛불로 가득했다. 첫눈이 오는 날에도 시민들은 광장으로 향했다. 너무나 추워 밖으로 나가기 두려운 날에도 그들은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밝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국민들은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의 손을 잡고 광장에 나가 촛불을 켜며 민주주의를 외쳤다.

촛불 집회가 열린 동안 단 한 명의 구속자도 나오지 않은 평화 집회. 전 세계가 미스터리하게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촛불은 그렇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강세다. 물론 미국의 트럼프처럼 부정적인 방향으로 결과를 내놓기도 하지만 소수의 엘리트 정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촛불의 힘으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언론은 세상을 어둡게 만들기도 하지만 밝게 할 수도 있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살며 언론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언론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자 거대하고 견고해 보였던 권력도 무너졌다.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것 같던 진실의 문은 언론을 통해 열렸다.

일부 수구 언론들은 다시 태세 전환을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박근혜만 무너지면 끝이라는 식으로 논조를 바꾸고 있다. 그들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를 밀어내고 그렇게 수구 세력들과 다시 한 번 개헌 카드를 이끌고 자신들의 권력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개헌론을 앞세운 권력 쟁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광장의 촛불,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적폐를 청산하고 기본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라는 요구다. 이런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여의도에 모여 있는 그들도 결코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는 ‘송박영신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 안내 포스터. Ⓒ퇴진행동

12월 31일 토요일 우린 다시 광장으로 향한다. 두툼한 외투로 온몸을 두르고 촛불을 손에 들고 "송박영신"을 외칠 것이다. 그리고 해를 넘기는 순간 우린 다시 한 번 목청 높여 "적폐 청산"을 외칠 것이다. 우린 다시 중요한 역사의 변곡점에 서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것이다. 대통령제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역할을 하는 인물의 문제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적폐 청산을 하려는 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적폐 청산을 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악의 무한 루프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송박영신'이 지나고 '적폐 청산'의 해가 다가온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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