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개신교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건 국민 공지의 사실입니다. 탄핵 이후, 자신이 처한 곤경을 면하기 위해 김장환, 김삼환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내년 초 대형 구국기도회를 부탁한 것도 믿을 곳은 결국 교회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 테지요. 그 자리에서 박근혜가 두 목사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에서 굿 했다는 것 사실이 아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굿을 안 했다 하더라도 기독교회가 더 싫어하는 이단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은 몇 마디 말로 간단히 넘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2008년 그러니까 박근혜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신천지 교주 이만희에게 보낸 연하장부터 보시죠. 이미 오래 전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돌고 있는 그림입니다.

겉면에 '국회의원 박근혜'가 발신인, 수신인은 '이만희 총회장님'으로 돼 있지요? 박근혜가 수신인이라면, 수많은 편지를 받을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다 하고 대범하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신인이 박근혜라면 문제가 전혀 달라집니다. 이는 박근혜가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에게 안부 인사를 먼저 건넬 정도로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신천지 회원들이 한나라당 후보의 유세활동에 나서주길 바라는 문서도 있습니다.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한시적으로 가입하여 준비하고자 하오니 검토하셔서 지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는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라는 제목의 문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마저 보시죠.

이 문서를 소개한 SBS에 따르면, 신천지가 실제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신도 1만670명을 한나라당 특정 후보의 유세지원에 내보낸 바가 있어, 상기한 문서가 당시 각 12지파에 보내진 문서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신천지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결탁을 보여주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천지 연관설이 불거질 때마다 "나는 신천지를 모른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박 대통령의 거짓말 목록에 자동 적립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긴 '신천지'를 순우리말로 바꿔 놓은 '새누리'를 당명으로 이름 짓고 둘 사이의 관계를 버젓이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기대하겠습니까마는.

신천지와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한 정치인은 비단 박근혜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곧 귀국을 앞두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또한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천지와 연관된 단체로 알려져 있는 IWPG(세계여성평화그룹) 홍보영상에 반 총장이 수차례 등장할 뿐더러, 특히 김남희 IWPG 대표와 나란히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까지 연출했다는 겁니다.

IWPG 대표로 소개된 김남희가 누굽니까? 이만희 교주의 후계자로 지목될 정도로 신천지 내에서 대단한 파워를 자랑하는 사람입니다. 실세 중의 실세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유엔여성평화협회가 주관하는 'MARCH IN MRARCH(3월의 행진)' 행사에 초청해서 주요 발제까지 맡겼다니, 자연 둘 사이를 의심하는 말이 나올 밖에요.

기독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는 이들 외에 이명박 대통령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망교회 장로이기도 했던 이명박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들에게 공공연히 지지를 호소하고 경선 후 "이명박이 앞장서서 신천지를 건설하겠다"며 답례한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 모양으로 한국의 정치판에 신천지의 음습한 그림자가 스며들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추악한 정교유착의 고리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신천지의 마수로부터 이제는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촛불로 앞당겨진 다음 대선에서까지 어른거리는 옛것의 그림자를 모두가 힘을 합쳐 걷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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