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결과에 대해 경악하고 분노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방문진 이사들은) MBC의 역할과 기능을 발전시켜 언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장 선임 및 경영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MBC 최대 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 대한 방통위와 현업 언론인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방문진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전망한 방통위와는 달리 현업 언론인들은 “공영방송 MBC 사수에 돌입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나선 상황이다.

앞서,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방통위는 지난달 31일 회의에서 한나라당 쪽 이사로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차기환 변호사,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남찬순 관훈클럽 총무 등 6명을, 선진당쪽 이사로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를, 민주당쪽 이사로 고진 전 목포MBC 사장, 정상모 전 MBC 해설위원, 한상혁 변호사 등 3명을 선임 한 바 있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이 7일 오전 방통위에서 신임 방문진 이사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송선영

오늘(7일) 오전 11시 방통위에 열린 방문진 이사 임명식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혜와 역량을 담아달라”며 신임 방문진 이사들을 향한 기대를 드러냈다.

“오늘 방문진 임명이 이렇게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여러분들이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임기 중 전개될 방송 미디어 변화 가운데 MBC의 역할과 기능을 발전시켜 언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생각이 다르고 뜻이 다를 지라도 MBC를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방송으로 만드는 생각은 하나일 것이다. 초심을 잃지 말고 (MBC가) 사랑받는 방송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

그러나 정작 ‘MBC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방송이 되길 바라’는 MBC노조를 비롯한 현업 언론인들은 최 위원장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공영방송 MBC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나섰다. 정치적, 이념적 색채가 뚜렷한 뉴라이트 쪽 일부 이사들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MBC 보도에 대해 편파, 왜곡이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MBC 민영화를 거론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현업 언론인들의 신임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우려는 임명식에 앞서 오전 10시30분, 방통위 앞에서 열린 ‘이명박정권의 일방적 방문진이사 선임반대 기자회견’에서도 잘 드러났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임명식 참석을 위해 방통위로 걸음을 향하던 김우룡 신임 이사는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보자 악수를 청하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이때 최 위원장만 김 이사에게 안부를 건넸을 뿐, 그 자리에 있던 30여명의 현업 언론인 가운데 그 누구도 김 이사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

▲ 김우룡 이사(왼쪽)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송선영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일부 방문진 이사들은 공영방송 철학이 부재한 사람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여당 추천 6명은 하나같이 정치적 이념이 편향된 이들이다. 이들만 유독 골라 이사로 선임한 것은 MBC 손보기 차원을 넘어 국민들에게 편향된 이념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MBC를 좌파, 빨갱이로 묘사하는가 하면 MBC 민영화에 대한 의견과 프로그램 관여 의사를 밝히는 등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사람들이다.”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언론악법 원천무효’ 홍보에 나선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언론의 다양성과 독립이며, 이는 헌법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문진 이사들의 면면을 보면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기 위해 방문진에 선임한 것 같이, 이념적으로 극우 편향된 사람들이 많다”며 “이명박 정권과 유착된 이들이 언론의 독립을 지켜내기 보다는 방송에 관여하려는 생각을 공공연히 할 것이고, 헌법적 가치를 짓밟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이근행 MBC 본부장도 “언론노조와 시민사회 단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편향된 시각의) 방문진 이사들을 선임했다”며 “언론 독립을 지켜내기 위한 목숨 건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 '언론악법 원천무효 언론장악저지 100일행동'이 7일 오전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선영

이날 언론인들은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에 맞서 가열차게 싸워온 것처럼 공영방송 MBC를 지켜내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MBC노조는 방문진 첫 회의가 열리는 오는 10일 오전 회의장 앞에서 일부 이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할 예정이다.

현업 언론인 뿐 아니라 국민들도 방문진 이사 선임을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로 진단했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4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해 응답자의 61.8%가 “현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질문에 공감했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40.2%가 이에 공감했으며,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2.9%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1%p)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신임 방문진 이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선영

신임 방문진 이사들에 대한 언론인들의 우려가 터무니없는 기우에 불과할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MBC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표한 이들이 이사에 선임되었다는 것과 이들이 이사로 선임된 뒤에도 ‘민영화는 피할 수 없다’는 등 MBC에 대한 노골적인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춰 봤을 때, MBC 사수에 나선 언론인들의 행동은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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