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10월 실체가 확인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주장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아일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자택과 집무실, 문체부 예술정책국, 문체부 산하 기관 등을 대거 압수수색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 (연합뉴스)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장하고 박 대통령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김 전 비서실장이 이를 정무수석비서관실에 하달하는 방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최순실 씨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각종 예산과 이권을 따내는데 걸림돌이 될 인사를 제거하려는 의도와 정부 비판적 문화계 인사를 좌파로 규정한 김기춘 전 실장의 의도가 맞아떨어져 이 같은 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씨의 주변인들은 검찰·특검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단체, 인물을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도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동작업' 형태로 만들어진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 고위관계자는 "2014년 청와대로부터 '문화·예술계 성향 분석'이라는 허접한 명단이 내려왔다. 이름만 기재돼 있고 특별한 내용이 없어 문체부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니 '그럼 거꾸로 작성해 올려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문체부가 '예술 지원현황' 등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지원 제외 대상자 등을 걸러냈고, 이후 더 다듬어진 명단을 직접 작성해 청와대에 올려 보냈다"면서 "여러 부서에서 나눠 하던 성향 파악작업을 나중에는 예술 정책관실에서 통합 진행했는데, 해당 부서의 K국장이 좌천성 인사가 난 것은 이 작업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안다"고 밝혔다. 단순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가 문체부 공무원의 부당인사까지 자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특검은 청와대 비서실 외에도 국가정보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동원된 의혹도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민간인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이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은 TV조선이 입수·보도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에는 국정원이 특정 민간인들을 사찰했다는 메모가 수차례에 걸쳐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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