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면서부터 법질서 확립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1년 6개월을 지내오는 동안 시민단체들은 법질서 확립이란 이름으로 공권력이 강화되고 경찰에 의한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는 모습을 크게 우려해왔다.

한국사회의 법질서, 어디쯤에 놓여있을까?

▲ 8월 4일 방영된 'PD수첩' 경찰 시민 폭행 사건, 그 후 편의 모습ⓒ홈페이지

‘군홧발 여대생 동영상’, 경찰폭력의 피해자 이나래씨

2008년 6월 1일 새벽 두세 시 경 한 여대생이 전의경의 군홧발에 밟힌다. 그 여대생은 경찰의 폭력을 피해 결국 경찰버스 밑으로 굴러 들어간다. 이 여대생은 “한 대만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상기했었다.

이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2일 공개됐고 한국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다. 이른바 군홧발 여대생 동영상.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묵묵부답의 경찰이었다. 아마도 그때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급증했던 것이. 그리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여론 또한 거세지기 시작한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경찰들은 그제야 이른바 ‘급’ 사과하고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겠다고 나섰다.

▲ 6월 1일 '군홧발 여대생' 피해자 이나래 씨의 사건 진행 모습ⓒ홈페이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은 5일 경찰은 당시 가지고 있던 동영상을 분석하고 증언을 받아 김모 상경을 폭력 당사자로 지목하고 영창으로 보냈다. 또한 현장 지휘책임을 물어 중대장 김모 경감 직위해제, 윤모 경위와 이모 경사 징계, 기동대장 한모 총경 직위해제, 기동단장 신모 경무관과 보안부장 강모 경무관은 서면경고라는 처벌을 내렸다. 정말 발 빠른 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직도 진행 중에 있다. 어제 4일 방영된 <PD수첩>은 당시 동영상 속의 피해자 이나래씨를 찾아갔다.

“너무 형식적인 거 있잖아요. 어떤 피해를 당하셨습니까, 사건 정황을 얘기해주세요. 시간? 장소? 그리고 땡인 거예요. 그때 누가 이름표를 달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마크가 제대로 달려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저한테 (경찰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증명해봐라는 식으로….”

이씨는 그 경찰버스 밑에서 나와서도 경찰들에게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찰의 필요에 의해 진행된 수사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정작 이씨가 경찰 지휘부에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경찰이었다. 그렇게 이씨는 여전히 소송 중에 있었다.

지난해 촛불집회 참가한 사람들 중 사법처리 된 사람 총 1649명, 구속 43명. 반면 경찰폭력으로 시민들이 경찰을 상대로 고소·고발한 사건은 19건(약 50여명)이지만 “해결된 건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PD수첩>은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경찰에 의해 가해자로 지목된 40대 여성

지난 3월 7일 용산집회에서 시민과 경찰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그 가해자로 한 40대 여성을 지목했고 수사는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경찰에게 발길질을 했다고 기소당한 이 여성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또한 초고속 수사다. 7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이 여성이 체포된 것은 불과 15일에 지나지 않았다.

정말 이 여성이 그 의경을 구타한 가해자일까? 이 여성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었던 전의경들의 진술도 엇갈렸다.

B경찰, “다른 사람들이 걷어차고 밟고 막 이럴 때 그분도 거기 있었어요. 그런데 정신이 없으니까 그 사람이 발로 찼는가는 명확히 못 봤어요.”
C경찰, “이 여자와 다른 여자 1명이 다른 남자 4~5명과 함께 웅크리고 있던 A를 발로 무차별로 차는 방법으로….”

▲ 3월 7일 용산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했다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 모씨의 사건진행 모습ⓒ홈페이지
당시 현장에 있었던 4명의 전의경 중 이 여성을 직접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은 1명이었고 나머지 3명은 이씨가 발길질을 하는 모습을 정확하게는 못봤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는 68일간 구치소에서 생활해야 했고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조영선 변호사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표적수사’를 의심했다.

누가 맞았느냐에 따라 사법처리는 달랐다

<PD수첩>에 따르면 집회 도중 발생한 폭력 사건 중 피해 당사자가 경찰이냐 시민이냐에 따라 수사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촛불집회가 크게 벌어질 당시 “극렬 폭력 행위자에 대하여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여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그 극렬 폭력 행위자가 누구냐에 따라 끝까지 추적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뭉개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민이 피해자인 사건에 대해 경찰이 끝까지 추적한 사건이 있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군홧발 동영상’ 사건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씨가 경찰버스 밑으로 들어가기 전 폭력에 국한돼 경찰조사가 빠르게 이뤄졌다는 사실. 이에 대해 <PD수첩>은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버스 밑에서 나온 후에 벌어진 폭행에 대해서는…”이라고 이야기했다.

경찰이 시민이 경찰에 의해 당한 폭력에 대해서는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PD수첩> ‘경찰 시민 폭행 사건, 그 후’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경찰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 장하림 씨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조사할 사람이 결국에는 경찰인 거잖아요. 제가 조사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조사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 가해자 입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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