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혀를 차며 걱정했다는 표정을 지었던 일화를 폭로했다. 이 같은 내용은 27일 오후 방송 예정인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세세하게 다뤄진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27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진룡 전 장관은 "(김기춘 전 실장이) 변호인을 비롯해서 많은 그런 영화들, 그런 걸 만드는 회사를 왜 제재를 안 하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영화 변호인의) 마지막 타이틀롤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붙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면서 "김기춘 실장이 '쯧쯧' 혀를 차고 굉장히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CJ그룹이 제작·배급한 영화로 대표적인 공안조작사건인 1981년 '부림사건'에서 간첩으로 몰린 피의자를 변호하는 변호인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변호인의 실존 모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유진룡 전 장관은 "초대 허태열 비서실장이 있을 때까지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김기춘 실장으로 2013년 8월에 바뀐 이후 CJ에 대한 제재같은 것들이 일어났다"고 폭로했다.

CJ 제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혐의 중 하나다. 이 사건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에게 경영에서 물러나라고 압박한 사건이다. 유 전 장관의 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 전 수석이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를 받고 CJ그룹을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유진룡 전 장관은 "순수 문화예술 쪽에서도 '반정부적인, 반정부적인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왜 지원을 하느냐, 왜 제재를 하지 않느냐'는 요구를 김기춘 실장이 직접 또는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 다각도로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이런 과정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탄생시킨 배후라고 지목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인 지난 2014~2015년에 걸쳐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리스트에는 약 1만 여명의 문화계 정부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들의 명단이 담겨 있으며, 이들의 정부 지원 프로그램 참여 차단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유진룡 전 장관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 다음날인 지난 2014년 5월 19일, 김기춘 전 실장이 "자니윤 씨를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자니윤 씨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유진룡 전 장관이 당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논의해 자니윤 씨를 상임홍보대사로 제안해 동의를 받자, 김 전 실장은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자꾸 쓸데없는 짓을 하냐. 그대로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유 전 장관은 사의를 표명해 2014년 7월 면직됐고, 자니윤 씨는 2014년 8월 상임감사가 됐다.

김기춘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배후라는 의혹과 함께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하고,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인사청탁을 받는 등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전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 전 실장의 인사개입, 직권남용 혐의는 한 개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6일 김 전 실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유진룡 전 장관은 지난 22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혹시 나갔다가 김기춘 전 실장을 보면 혹시 따귀를 때린다든가, 하다못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걱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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