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으로 지난 1년간 언론·시민단체로부터 끊임없는 사퇴 종용을 받아온 구본홍 YTN 사장이 지난 3일 갑작스레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 사장 사의표명의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YTN사태가 해결 되었다기 보다는 그의 ‘돌연 사퇴’로 인해 YTN에 또 다른 ‘낙하산’이 안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 사장은 3일 실·국장들과의 오찬회동에서 “그동안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된 것으로 보고 이제는 대표이사직을 물러날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적지않은 심적 고통을 받았으며 갈등을 겪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서 이제는 쉬면서 안정을 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사회 및 ‘사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미디어스

구 사장 사퇴와 관련해 YTN은 오늘 오전 11시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연다. 이사회에서는 경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과 후임 사장 인선 절차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구 사장이 YTN 사장으로 오게 된 과정의 첫 단추가 YTN 이사회라는 점에서, YTN노조는 이사회를 향해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해 구 사장이 YTN으로 오게 된 데에 이사회의 역할이 컸다. 이사회는 당시 사원대표인 노조위원장과 이사 5명 등으로 ‘사장 후보 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구성했지만, 이사회와 사추위 모두 뉴스전문채널의 사장으로서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데 있어 소홀했다. 구 사장을 사장 후보로 최종 결정하게 된 과정도 불투명했다. 당시 노조는 성명 등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앞장서 도운 특보는 정치를 해야지 언론사의 수장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사장 선임 과정에는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구 사장은 지난해 5월9일 YTN사장후보추천공고에 따라 YTN 5대 주주 중 하나인 우리은행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 했고 사추위의 서류, 면접 심사를 거쳐 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그러나 구 사장은 YTN 사장에 공모하기 이전인 지난해 초부터 언론계 안팎에 YTN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전 내정설’이 일어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부분들은 사추위를 통해 검증되지 못했고, 결국 이사회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구 사장을 사장으로 ‘몰래’ 선임해 언론계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5월29일 YTN 이사회는 당초 YTN 17층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기로 했으나, 노조원들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서울 시내 모 호텔로 긴급하게 장소를 변경, 구본홍 당시 고려대 교수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후 이사회의 사장 선임 안건은 7월1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약 40여초 만에 통과 되었고, 구 사장은 ‘날치기 논란’가운데 사장으로 선임됐다.

또 구본홍 사장 후보 당시 심사 대상 중 하나인 경영계획서를 당시 YTN간부가 노골적으로 거든 것이 추후에 드러났지만 이러한 부분 역시 사추위를 통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당시 경영계획서에는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YTN의 주요한 정보들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구본홍 반대 투쟁을 이어갈 당시 YTN은 “사추위를 통한 공모 절차를 거쳤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추위를 통항 공모 절차가 제대로 검증 되지 못함이 드러나 ‘낙하산 논란’만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 됐다.

이에 YTN노조는 3일 성명을 통해 이사회에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사장을 선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만약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고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사장 후보 추천에 나설 경우 노조는 '제2의 낙하산 모시기'로 규정하고 이사회와 주총 저지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음을 밝혀둔다”며 “이사회가 지난해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음으로써 구본홍 씨의 사퇴와 후임 사장 선임이 YTN의 재도약을 잉태하는 소중한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이사회는 YTN 구성원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상처 깊은 YTN이 화합과 재도약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낙하산 사장 선임으로 시작된 YTN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YTN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며, 사추위 역시 실질적으로 사장을 검증함에 있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노조는 “만약 사추위가 구성되지 않고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사장 후보 추천에 나설 경우 이사회 및 주주총회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혀, 향후 이사회의 행보에 따라 제2의 YTN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구본홍씨의 사퇴 자체 보다는 사퇴 배경에 주목한다”며 “정권은 또 다시 낙하산을 투하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난해 정권의 실력자들이 써먹었던 민영화 압박 카드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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