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 해도 한국 스포츠는 역동적인 이슈들로 넘쳐났다. 올해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향한 종목별 선수들의 땀과 눈물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스포츠팬들을 울리고 웃겼다. 또 축구와 야구, 배구, 농구 등 여러 종목의 프로스포츠가 경기장 안팎에서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이에 <스포토픽>은 2016년 한해 스포츠팬들을 들었다 놨다 한 이슈들을 시간 순으로 네 차례에 걸쳐 정리해 본다. 이번 회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에루페, 특별귀화 심사 보류 결정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 올림픽 마라톤 코스를 누비려던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청양군청)의 꿈이 무산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마라톤에서 메달획득을 노리고 야심차게 추진한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에루페의 특별귀화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2시간05분 37초라는 세계 정상급의 개인 최고기록을 보유한 에루페는 지난해 초부터 한국 선수로의 귀화를 추진해온 선수로 작년 6월 충남 청양군체육회에 입단, '오주한'이라는 한국 이름도 정한 상태였다. 에루페의 특별 귀화 심의가 통과되면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선수로서 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요청한 에루페의 복수 국적 취득을 위한 특별 귀화 신청안을 심의했으나 추가 자료 검토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주된 이유는 에루페의 금지약물 복용 전력 때문이었다.

강래혁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은 당시 "금지약물복용(도핑) 전력이 있는 에루페가 당시 약물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맞는지를 국제육상경기연맹 등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에루페는 이날 법제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당시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케냐육상연맹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년 징계를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추가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귀화가 무산됐다. 에루페는 이후 귀화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도핑 전력 외에도 마라톤이라는 종목이 갖는 상징성과 귀화 선수에 대한 여전한 거부감 등이 에루페 귀화 무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이어진 이슈였다.

에루페의 귀화가 무산된 뒤 한국 마라톤은 리우 올림픽에 손명준(삼성전자), 심종섭(한국전력)이 출전했지만 각각 2시간36분21초로 131위, 2시간42분42초로 138위에 머물렀다.

김연아 이을 11세 ‘피겨 신동’ 유영 등장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유영이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아름다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연아 이후 국제 피겨 스케이팅 무대에서 이렇다 할 스타가 나타나지 않았던 상황에서 만 11세의 ‘피겨 신동’ 유영의 등장은 국내 피겨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유영은 지난 1월 현재 문원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상태로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 여자 싱글 시니어부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영(만 11세 8개월)의 우승은 '피겨여제' 김연아가 보유했던 이 대회 역대 최연소(만 12세 6개월)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신기록이었다.

유영은 피겨 스케이팅의 5가지 트리플 점프를 모두 구사하는 것은 물론 어린 나이임에도 표현력도 빼어난 수준이어서 김연아를 이을 재목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유영의 종합선수권 우숭 시상을 김연아가 직접 함으로써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김연아는 유영의 연기에 대해 “내가 초등학교 시절보다 잘한다. 중요한 것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고, 단기간에 기량을 끌어올린 만큼 기본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유영은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 탓에 세계선수권대회(2015년 7월 기준 만 15세 이상)는 물론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만 13세 이상)에도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어린 선수들이 지나친 경쟁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부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유영을 국가대표로 뽑지 않기로 결정, 유영은 종합선수권 우승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반납해야 했다.

이로 인해 유영이 선수들에게 최적의 훈련장이라고 할 수 있는 태릉빙상장에서 훈련할 수 없게 됨은 물론 국가대표 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되자, 유영의 기량 향상을 위한 지원책인 필요하다는 여론의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빙상연맹은 유영을 위해 태릉빙상장 사용과 훈련지원금 지급 등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후 유영은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 선수가 됐고, 최근에는 ‘2016 경기체육인대상’ 엘리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인공지능 바둑로봇 알파고(AlphaGo) 신드롬

올해 3월 서울에서 인간 최고 기사와 최신 인공지능(AI) 간 '세기의 대국'이 열렸다. 구글의 인공지능 전문 자회사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4대1 압승을 거뒀다. 3월 1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제3국 후 이세돌 9단이 기자회견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공지능 바둑로봇 알파고(AlphaGo)의 등장으로 세계 바둑계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고, 대한민국은 알파고 신드롬에 휩싸였다.

올해 초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내놓은 알파고 이세돌 9단이 벌인 세기의 대국은 당초 이 9단의 완승을 점치는 예측이 우세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아, 인공지능이 사고력을 지닌 사람보다 잘 둘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알파고가 5차례의 대국에서 4승을 거두면서 이세돌 9단에 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알파고와의 두 번째 대국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약점을 찾을 수 없었다. 완전한 나의 패배”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굉장히 훌륭한 대국이 진행됐다. 끝내기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는 이세돌 9단의 뛰어난 기력에 기인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알파고도 놀랍다. 해설위원들의 말에 따르면 예측하지 못했던 여러 변칙적인 수를 두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주 흥미진진한 대국이 됐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태곤 9단은 “오늘 이세돌은 상식 안에서 좋은 수를 뒀다. 특별한 실수도 없이 정상적으로 뒀다”며 “그렇게 뒀는데도 이세돌이 진다면 할 말이 없다. 완전히 바둑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다”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2번기 이후부터는 이 9단이 한 판도 이기기 힘들다는 평가가 이어졌지만 이 9단은 결국 한 차례 승리를 거두면서 인간의 위대함을 새삼 인식하게 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5차례 대국은 당초 단순한 이벤트로 여겨지는 행사였지만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관한 많은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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