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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이 전하는 일관된 정황최순실이 대통령이고, 박근혜는 시녀에 불과?
문한별 칼럼니스트 | 승인 2016.12.26 04:55

얼마 전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보다 더 센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최순실이 날고 긴다 해도 최고 존엄에 비하면 몇 수 아래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이고 "박근혜는 최순실의 아바타"라는 말이 세간에 널리 유포됐음을 모르지 않지만 그러나 현시국의 위기상황을 경계하고 과장한 말이겠거니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채널A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나눈 17년 전 육성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최순실이 한 말이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보다 2배 이상 더 많고, 심지어 중간에 박 대통령 말을 끊기도 하며 실무자들도 최순실에게 보고하고 최순실이 그들에게 반말로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23일자 채널A 보도화면. (사진=채널A 보도 캡처)

이걸 듣고 뒤로 넘어진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진짜야?" "이런 일이 가능해?" 입을 다물지 못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녹취록의 현실이 우리가 아는 상식과 전혀 배반적인 모습으로 펼쳐졌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상상한 그림은 박 대통령이 한 마디 하면 최순실이 그 앞에서 굽신거리며 "네" "네" 하고 웃음을 보태는 것이었는데,.. 아뿔싸~!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최순실이 2008년경 34억 원을 들여 구입한 미사리땅 인근을 개발하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밤 늦은 시각에 국토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닦달했다는 믿지 못 할 이야기입니다. 박 대통령 취임 초인 2013년 9월에 벌어진 일이라는군요. 23일자 조선일보가 폭로한 기사 내용입니다. 

박 대통령이 연설문을 비롯한 각종 국정자료를 최순실에게 넘긴 일로 나라가 들썩인 게 엊그제입니다. 그 후 일국의 대통령이 아무 자격 없는 최순실을 가리켜 '선생님'이라 호칭하고 "(그 분에게)컨펌을 받았느냐"고 비서관에게 확인까지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나라가 또다시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그도 모자라 최순실이 사들인 땅을 개발하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밤늦게 장관에게 전화를 했다니요. 언빌리버블~!

이게 끝이 아닙니다. 24일자 동아일보가 밝힌 기사 내용은 이것보다 더 충격적입니다. 정권 초기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간부 후보자 명단을 최순실에게 전달해서 낙점을 받아오게 했다는 겁니다. 둘 사이를 오가며 가교역할을 했던 정호성 비서관이 특검에서 털어놓은 말이라니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 문건유출 등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을 둘러싼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 둘 추가될 때마다 우리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습니다. 최순실이 정부 인사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봤자 기껏 얻어걸린 정보로 생색을 내거나 아니면 박 대통령에게 몇몇을 추천하고 낙점 받는 방식으로 제 사람들을 심었을 것이라 그리 생각했는데 우리가 넘 순진했던 겁니다. 최순실의 스케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그 수법 또한 대담했다는 걸 우리만 몰랐던 거지요. 

그래서 절로 드는 의문 하나.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대체 박근혜 대통령은 왜 이렇듯 최순실 같은 사람에게 끌려 다닌 걸까요? 일전에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 대해 "자기와 감히 눈도 못 마주치는 사람"이고 "시녀같은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설마 그 말조차 거짓이었던 겁니까? 사람 안 보는 데선 최순실에게 설설 기면서 겉으로만 센 척 연기했던 겁니까?

'대통령 최순실'에 '시녀 박근혜'라고 깐죽거린다 해서 너무 심하다고 타박할 수만도 없게 됐습니다. 판타지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 2016년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킬과 하이드'를 능가하는 두 얼굴의 막장극이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우주의 기운" 어쩌고 "혼이 비정상" 저쩌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더라니, 에라이~!

문한별 칼럼니스트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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