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과 강동원, 그것도 모자라 김우빈이라는 환상의 트라이앵글 캐스팅이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감독의 전작 ‘감시자들’이라는 필모그래피도 연출력에 대한 기대를 안고 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흥행 감독과 믿고 보는 세 배우의 조합은 철저하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마스터> 스틸 이미지

먼저 문제가 되는 캐릭터는 김우빈이 연기하는 박장군이다. 정의로운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친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감동원 분)은 박장군에게 형량을 줄여준다는 조건 아래, 박장군이 모시는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병헌 분) 회장의 정보를 경찰 측에 제공하라는 회유와 협박을 한다.

극 중 박장군은 ‘무간도’의 양조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는 스파이 캐릭터다. 그런데 박장군이 경찰에 회유되는 동기가 헐겁게 묘사된다. 김재명만 믿고 진 회장의 정보를 넘긴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재차 박장군이 김재명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설정을 보면, 박장군은 실리에 따라 얼마든지 배신이 가능한 캐릭터라기보다는 김재명의 ‘권선징악’적인 마인드에 경도된 일차원적인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영화 <마스터> 스틸 이미지

관객 입장에선 진 회장이 김재명이라는 정의의 사도에 굴복당하는 데서 맛보게 될 ‘통쾌함’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가장 중요한 통쾌함이 휘발되고 만다. 치밀한 플롯과 연출력을 통해 진 회장이라는 악의 몰락이 점층적으로 그려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돈 세탁’과 같은 부수적인 디테일에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영화 연출은 이렇게 통쾌함 대신 디테일에 집착하는 우를 저지른다.

또한 영화는 ‘마스터’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장부’에 집착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장부는 진 회장이 윗선에 얼마만큼의 금품 로비를 했는가가 기재된 장부이다. 만일 이 장부가 경찰이나 검찰의 손에 넘어가면 진 회장을 검거하는 결정적인 물증으로 자리잡게 된다.

영화 <마스터> 스틸 이미지

하지만 영화는 이렇게나 중요한 장부를 뺏기느냐 뺏느냐 하는 과정에만 치중하지, ‘동기’가 결여된다. 정경유착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만큼 중요한 장부임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그저 진 회장이 윗선으로 추측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시퀀스 몇몇으로 충분하다고 착각한다. 그 장부에 적힌 윗선이 세상에 공개되면 정관계 인사들에게 얼마만큼 치명적인가 하는, 필요한 디테일은 빠졌다는 이야기다.

액션 또한 새로울 게 없다. 오히려 그 많은 제작비를 어디에 들였을까 하는 의구심만 든다. 이 영화가 지금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고는 하나, 그건 이 영화의 작품성 덕이 아닐 것이다. 흥행 감독이라는 감독의 전작 필모그래피와 주연 남자배우 세 배우의 지명도, 그리고 독과점 상영관 확보 덕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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