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를 맞은 <팬텀싱어>. 이 오디션은 최후에 네 명의 중창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통 화음이라고 하면 4성부가 가장 일반적이다. 조성음악의 범위 내에서는 그것이 가장 완벽한 화성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완벽, 완성을 위해서 <팬텀싱어>는 듀엣을 거쳐 트리오 호흡을 맞추는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지난 6회 마지막 무렵에 다 들려주었던 노래 한 곡을 7회에 다시 그대로 반복했다. 보통은 시간끌기가 될 수 있는 편집이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한 시간 내내 반복해도 좋을 만한 노래였다. 심지어 굳이 4중창을 구성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JTBC <팬텀싱어>

10년 지기인 유슬기와 백인태는 듀엣 대결에서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5위였고, 순위대로 트리오를 위한 한 멤버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팀 구성에도 불리했다. 그들이 영입한 새 멤버는 두 테너의 소리를 듬직하게 받쳐줄 수 있는 바리톤 박상돈이었다. 각자의 이름 하나씩을 떼어 만든 참 성의 없는 팀 이름 <인기상>이었다.

그러나 이름이야 어떻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뚝배기보다 장맛 아니겠는가. 6회와 7회 무려 두 번이나 방송을 탈 정도로 이들의 노래는 완벽했고, 아름다웠다. <인기상>이 부른 이탈리아 칸초네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는 두 번이 아니라 몇 번을 들어도 똑같이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정서를 파고들었다.

JTBC <팬텀싱어>

사랑을 잃은 슬픔을 뛰어넘는 고통에 짐승처럼 울부짖는 남자의 절망을 그린 노래다. 무슨 남자가 사랑 하나에 그러냐 싶겠지만 이탈리아 남자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고, 이 노래가 발표되었던 1969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남녀의 만남이 가벼워진 요즘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겠지만 한국에서도 남자가 무모하게 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시대가 있었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어떤 정서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이처럼 과할 정도의 열정과 절망에 탐닉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전혀 다른 음악이지만 칸초네와 판소리가 매우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런 면 때문에 한때 한국에서 칸초네 인기가 아주 높았던 시절도 있었다.

단지 우연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트리오 대결에서 1,2위를 차지한 팀들이 선택한 노래들이 모두 이탈리아 노래들이었다. 1,2위 팀이 모두 잘한 결과겠지만 심사하는 사람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정서적 끌림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JTBC <팬텀싱어>

어쨌든 <인기상>이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는 이탈리아 팝페라 가수 일볼로가 리메이크해서 인기를 얻은 곡인데, 감히 그들보다 <인기상>의 해석이 더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절망을 절망답게 받아들이고 절규하는 열정의 남자, 그 처절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1969년의 감성이 무려 5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2016년에 등장한 기분이랄까.

과연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노래를 이 오디션 안에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 노래의 만족도는 높다. 물론 더 좋은 곡이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더 좋은 노래가 나오더라도 이 노래의 충격만큼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필 이 노래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에 듣게 돼서 참 안 어울리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너무도 적절하기도 했다.

한 줄 요약. 이 노래를 설명하기엔 글솜씨가 부족하다.

Quando I'amore diventa po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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