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 CCTV 논란이 뜨겁다. 이 논란은 7월 22일 본회의장에서 날치기된 미디어법의 ‘대리투표’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 및 야당은 대리투표의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CCTV 녹화영상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무처에서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국회에서는 CCTV와 관련 민주당 및 야당은 “(CCTV) 달라”, 사무처는 “못준다”, “없다”, 다시 야당들은“거짓말이다” 등 서로 입장도 계속해서 다르게 갈리고 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1. CCTV 제출 요청과 국회사무처의 거부

지난 22일 본회의에서 날치기된 미디어법안의 ‘대리투표’ 의혹을 밝히기 위해 민주당에서는 국회 사무처에 본회의장의 모든 CCTV를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못준다”는 것. 국회 사무처는 “개인신상 비밀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라고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사생활침해라는 것이다.

▲ 민주당 전병헌 방송법무효투쟁 채증단장, 우제창 김유정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의사국장실에서 방송법 통과 당시 CCTV화면 등 증거자료 제출요구를 거부한 이종후 의사국장에게 거부하는 이유를 따져 물으며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9일 민주당 의원들이 CCTV를 공개하라며 항의방문하자, 국회 사무처의 이종후 의사국장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봤더니 (CCTV 공개는) 안된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정부에 유권해석을 부탁한다? 왜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부탁했는지 그게 더 궁금해진다. 혹 결과는 뻔하니?

때문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사무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민주당은 곧바로 “(국회사무처에 의한) 증거자료의 인멸·훼손과 증거왜곡, 증거변작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30일 국회 CCTV 영상자료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지난 29일 오전까지 CCTV 논쟁의 전부다. 이때까지 민주당은 “달라”고 했고, 국회 사무처는 “못준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국회사무처는 CCTV 영상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말일까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일까? 답은 너무 쉬워 따로 표기하지 않겠다.

#2. 국회사무처, “녹화기능 없다”

▲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4인에 재석 145인으로 과반수인 147명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런데 어느 순간 국회 사무처가 말을 바꾼다. 큰 틀에서 “못준다”에서 “줄 게 없다”고 말이다.

27일 오후 국회사무처는 ‘국회 본회의장 내·외부 CCTV 자료공개와 관련한 국회사무처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당일 본회의장 영상녹화자료는 전량 요구하는 교섭단체에 전달한 바 있고, 본회의장에는 별도의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풀이하면 그렇다. 당일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와 있던 국회방송의 고정카메라 5대, EFP카메라 2대 및 ENG카메라 6대로 촬영한 바 있는 영상자료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전량 제공했다는 것. 또 국회 사무처는 “본회의장에는 별도로 6개의 모니터용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나, 이 카메라들은 원래 녹화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7월 22일 영상자료가 전혀 기록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모니터용 카메라일 뿐 녹화기능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줄게 없다는 뜻.

사무처는 이를 두고 사실관계 파악이 늦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30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사무처는 해명할 때마다 거짓말이 드러나 믿을 수 없는 지경”이라며 “지난 일주일 내내 민주당이 CCTV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이제와서 없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고 나섰다.

헷갈리면 안되는 것-CCTV 본회의장 ‘안’ 과 ‘밖’

국회 본청에는 총 84대의 CCTV가 있다. 본회의장 밖과 주변에는 총 32대의 CCTV가 있고 국회 본회의장 내부에는 모니터용 카메라(?) 혹은 CCTV(?)가 6대 설치돼 있다. 여기에서 헷갈리면 안 된다. 본회의장 ‘내’ 와 ‘외’.

야당이 대리투표 규명을 위해 국회사무처에 제출을 요청한 CCTV는 처음부터 본회의장 내부와 외부에 있는 ‘모든’ 영상기록이었다.

본회의장 외부의 CCTV는 어떤 국회의원이 몇 시 몇 분 어떤 문을 통해 본회의장에 들어갔는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이 신문법 개정안 표결 당시 배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나경원 의원은 그 시각 본회의장에 없었다. 누군가에 의해 대리투표된 것이다. 이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자료가 바로 본회의장을 통하는 입구에 설치된 CCTV다. 아수라장 상황의 본회의장에서 어떤 의원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본회의장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용 카메라(?)이건 CCTV(?)이건 간에 대리투표 장면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실제 녹화기능이 없는 것인지 확인만이 남은 셈이다.

야당의 주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본회의장 내외부의 모든 영상기록을 달라는 것이고, 국회 사무처에서는 모든 영상 자료를 줄 수 없다는 것은 똑같은 입장이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국회 본회의 내부의 영상기록은 없다고 입장을 달리했을 뿐.

그럼 남는 것은 또다시 사생활침해냐-헌재판단?

이렇게 다시 남는 것은 국회 CCTV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냐 아니냐는 것 뿐이다. 멀리 돌아 다시 제자리인 셈이다. 물론 국회 내의 영상기록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점일 테고.

국회 본회의장은 공개된 장소로써 그 장소에 있던 국회의원들이 프라이버시를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방송사의 카메라들은 뭐란 말인가. 결국 방송사 카메라들이 국회의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말이 되지 않겠는가. MBC, KBS, SBS 지상파 방송 3사까지도. 그리고 <국회방송> 등등 모두 국회의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이 되어버린다.

▲ 김형오 국회의장. 사진은 국회 문방위 민주당 의원들 항의방문이 예고된 지난 7일 의장실을 나서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재투표’와 ‘대리투표’ 논란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입법부에서 다시 풀어볼 것을 권유했다. 엄연히 삼권이 분립돼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문제를 사법부가 판단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입법부의 권위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CCTV 자료에 대해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당국이 요청해 오면 수사당국에 넘기도록 할 것”이라며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 내의 입법부의 수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계신다 참말로. 그렇게 또다시 CCTV 문제 역시 사법부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렸다.

국민의 상당부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은 사실상 한나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날치기처리 됐다. 그리고 법안 표결 처리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재투표’, ‘대리투표’로 날치기된 미디어법이 법적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에 맡겨버렸다. 그리고 이제 ‘CCTV’ 역시 사법부의 판결로…. 스스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국회, 이쯤 되면 국회존립 근거에 대해 국회의원들 스스로 판단해봐야 할 때가 온 것도 같은데….

18대 국회의 존립, 이 역시 사법부에 맡겨보면 어떤 판결이 나올까? 만약 국민투표로 결정한다면 명심하라. 18대 국회가 문 닫을 때까지 재투표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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