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광용 회장이 극동방송 김장환 이사장(목사)을 만나 보수 교계에 기도회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남오성 목사(주날개그늘교회)는 “청와대와 보수 우익 세력이 기도회 개최를 통해 탄핵정국을 돌파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21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 회장은 김장환 이사장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개인적인 기도를 요청했을 뿐, 기도회 개최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일부 대형교회들이 중심이 돼 구국기도회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국기도회의 중심은 김장환 이사장과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다. 두 목회자는 강남의 모 대형교회에 기도회를 요청했다. 기도회 개최 요청을 받은 교회의 목회자를 비롯해 교회 내부 구성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계 원로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기도회 준비 실무진까지 꾸렸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7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 오른쪽 첫번째)와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 오른쪽 두번째) 등 기독교 원로와 인사하고 있다. 2016.11.7 [청와대 제공=연합뉴스]srbaek@yna.co.kr (끝)

<노컷뉴스>는 “두 목회자는 지난 11월 7일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 방문 이후 기도회 준비를 시작했다”며 “두 목사가 기도회 준비를 시작한 시점이 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교계 원로들에게 기도회 개최를 요청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기도회 이름은 '나라사랑 엑스플로 2017'로 정해졌고, 2017년 1월 4일을 시작으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기도회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기도회 준비와 관련해 극동방송 측은 김장환 원로목사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기도회 개최 요청을 받이 적'이 없으며, '강남의 한 대형교회가 기도회 준비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극동방송측은 기도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남오성 목사는 21일 저녁 tbs라디오<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이 대형교회가) 200만 촛불집회와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민심이 확인된 상태에서 대통령을 옹호하는 기도회는 열기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교계 어른들의 요구를 거역하지 못하고 기도회가 준비 중이고, 또 박사모 정광용 회장도 김장환 목사한테 ‘기도회를 부탁한다’고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남 목사는 김장환, 김산환 두 원로목사에 대해 “한국교회 개신교를 대표하는 목사”라며 “그 동안 정치하는 분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고 교계 외에서도 정말 큰 영향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남 목사는 박 대통령이 기도회를 요청한 것에 대해 “보수우익세력의 두 축 중 하나가 한국개신교인데 최태민 목사가 진짜 목사가 아니었고, 박 대통령이 굿을 했다는 것 때문에 (박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보수기독교계가 등을 돌렸다”며 “이제 본인이 힘들어지니깐 ‘나는 굿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를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두 목사에게 말했다고 한다. 본인이 신실한 신앙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보수기독교인들을 끌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남 목사는 관련 의혹이 과거 최태민의 구국선교단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며 “종교가 부패한 정치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면에서 닮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을 보면 정권이 위기를 당할 때마다 친정부적인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보수우익정치활동을 쭉 해왔다”며 “보수우익이념 아래서 정치와 종교가 공생 관계를 이어오는 역사를 보면 지금 계획된 것 (기도회) 또한 종교유착의 흐름 속에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목사는 보수기독계가 연일 탄핵반대기도회를 여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빙자에서 자신의 보수 우익적인 정치적인 욕망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라며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타락한 정권에 협조하고 봉사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라며 “지금 탄핵반대기도회는 종교적, 기독교적으로 올바른 기도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인 김용민 PD는 21일 자신의 SNS에 김장환 목사에 대한 글을 올렸다. 김 PD는 먼저 “김장환 목사의 지상파 극동방송 사유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극동방송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와 이영훈 담임목사 등에게 설교의 방송 송출 대가로 상당액의 '헌금'을 받고 있다”고 썼다.

▲방송인 김용민 씨가 21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 화면 캡쳐.

이어 “다른 목사에게 설교방송의 대가로 돈을 받으면서도 김 목사 자신과 차남은 예외였다”며 “공공의 전파를 위임받아 사용하는 방송 사업자가 자신의 정치적, 목회적 명망을 높이는 도구로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씨는 노컷뉴스가 보도한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김 목사는 찾아갔을 때 다 만나주는 분이 아니다. 정광용 어린양을 위해서 기도해주기엔 너무 비싸고 바쁜 분”이라고 썼다.

김 씨는 “노컷뉴스 기사의 핵심은 박근혜가 김장환, 김삼환에게 보수교회로 하여금 자신을 위한 대형집회를 열어달라는 것이었고 그 내용으로 이미 TV뉴스를 통해 나갔다”면서 “하지만 김 목사 측이 강력하게 반발해서 슬쩍 틀었다. 그 정도 영향력은 아직 과시할 수 있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목사님, 이제 정치 그만하시고 제발 예수 믿으시기 바란다”며 “갈릴리에서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 복음을 선포하며 철저히 낮은 곳으로 임했던 그 예수 말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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