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해직당한 YTN 기자들이 오는 22일 3000일을 맞는다.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21일 저녁 7시 상암 롯데시네마 1관(누리꿈스퀘어 4층)에서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제작보고회와 3000일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YTN지부 조합원과 해직기자, 그동안 YTN 해직사태에 힘을 보태왔던 사람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언론노조 YTN지부 노종면 전 지부장을 포함한 6명의 해직기자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이던 YTN 구본홍 사장의 퇴진 투쟁에 벌이다 해고됐다. 대법원은 2014년 11월27일 6명 가운데 3명(권석재·우장균·정유신)의 해고만 부당하다고 판결하며 나머지 3명(노종면·조승호·현덕수)은 여전히 해직 상태다.

▲21일 저녁 7시 상암 롯데시네마 1관(누리꿈스퀘어 4층)에서 열린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제작보고회와 YTN해직사태 3000일 행사 모습.

다큐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해직된 언론인들(YTN·MBC)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 제작은 EBS <지식채널e>를 제작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김진혁 교수가 맡았다. 영화 제작을 맡은 김진혁 전 EBS PD(한예종 영상원 교수)는 영화 시청을 마친 뒤 “영화를 연출하는 기간 동안 제가 마치 YTN이나 MBC구성원들과 함께 있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해직언론인들이) 복직 되고, 방송이 정상화된 이후 ‘옛날엔 그랬었지’란 말이 나올 때 영화를 다시 편집하겠다”고 밝혔다.

YTN해직사태 당시 언론노조 위원장을 맡았던 최상재 전 위원장은 “오늘 이 행사와 회사 행사가 겹쳤는데 빠졌다. 후배들이 ‘선배 어디 가냐’고 물어서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남은 일이 있다’고 했다”며 “해직기자 세 명이 복직을 해야지 언론노조 위원장의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저 끝이 보이는 것 같다. YTN해직 조합원들에게 (언론노조 전 위원장으로서) 마지막 지침을 드리고 싶다”며 “해직 조합원들은 복직을 준비하라. 열심히 복직 준비하고, 아프지 마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서 노종면 YTN 해직기자의 딸이 노 지부장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도 있었다. 2008년 해직사태 당시 노 기자의 딸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으나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최 전 위원장 발언과 딸의 편지 낭독을 들은 노 기자는 “다른 말은 생각이 안 난다. 그냥 모든 것이 고맙다”며 “(최 전 위원장의) 지침 잘 지키겠다. 꼭 씩씩하고 건강하게 복직해서 위원장님의 지침을 받들겠다”고 밝혔다.

조승호 해직기자는 “이제 3000일을 맞게 되지만 4000일은 안 왔으면 좋겠다”며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해직자로서 인사하는 것도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덕수 해직기자는 “3000일이면 1년이 8번이다. 이 시간을 동요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여기 계신 YTN 동료들과 시민들 때문이다. 고맙다”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복직된 권석재 기자는 “3000일은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 긴 시간동안 해직자 선배와 동료들이 똘똘 뭉쳤기 때문에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복직자 대표로서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오늘 야3당 미방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헤어지며 ‘내일 YTN해고자 동지들 3000일이다. 알아서 하라’고 얘기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방송이 언제 회복되느냐. 해고자 동지들이 뉴스 화면 속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면서 “그때가 바로 ‘대한민국 언론 자유가 조금 나아졌구나’라고 생각이 들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인 지점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있다. 낙오 없이 건강하게 조금만 더 뛰자”고 말했다.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이날 언론노조 YTN지부는 3000일 동안 이어져온 YTN해직사태를 곁에서 지켜보고 도움을 준 이들을 ‘명예 조합원’으로 임명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YTN지부 ‘명예 조합원’은 언론노조 탁종렬 전 조직쟁의실장, 전 언론노조 노무사 김민아 씨, 언론노조 안혜영 총무실장, 언론노조 이기범 교육선전실장, 용인외고 역사교사 조재원 씨 등이 임명됐다.

탁 전 실장은 “YTN 남은 해직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돌아가는 모습 지켜보겠다”고 했고, 김민아 씨는 “‘3000일이란 시간이 길다’는 조승호 기자님 말에 눈물이 났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복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안 총무실장은 “해직된 동지들이 이 오랜 기간을 버티고 달려오시는 그 마음 존경한다. 또 해고된 동지들을 지켜주는 조합원 동지들께 감사하다”고 했고, 조승호 기자의 친구인 고재원 씨는 “아직 해직자들이 회사에 복직하진 않았지만, YTN 투쟁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복직 때까지 힘내달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박진수 YTN지부장은 “이제는 2008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정방송을 요구하고 부당해고와 징계를 받았던 게 헛된 것이 아니기 위해선 돌아가야 한다”면서 “해직자 세 명이 돌아와야 YTN의 퍼즐은 맞춰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이날 YTN해직사태 3000일을 정리하는 포토에세이집 <삼천일>을 만들어 배포했다. 박 지부장은 “이번이 아니면 이 기록을 다시는 정리할 수 없을 것 같아 엉성하지만 최선을 다해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삼천일>에는 YTN해직자들이 3000일 동안 투쟁해온 모습과 해직자·조합원들의 말과 글들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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