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제8대 총리로 2005년부터 약 12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총리는 내년에 있을 총선에 다시 출마하기 위한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 행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소속정당 CDU(기독민주당)과 대연정을 맺고 있는 CSU(기독사회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난민입국제한수용을 압박하고 있고, SPD(사회민주당) 소속 EU의회의장을 맡고 있는 마틴-슐츠(Martin Schulz)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시적인 인기로 끝날 것이라 예상했던 극우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지지율도 10%이상을 유지하는 것도 주요변수다.

ARD의 ‘DeutschlandTrend’ 조사 결과

공영방송연합 ARD는 매월 ‘ARD-DeutschlandTrend’를 통해 의회활동에 대한 국민평가와 인물별/정당별 지지율을 집계하고 있다. 12월 자료는 지난 6일과 7일 조사되어 8일에 공개되었는데 설문응답자는 1,004명(CATI방식(유선전화 70%, 무선전화 30%), 표준오차 1.4%~3.1%)이다. 12월 정당지지율조사결과 1위는 Unions로 불리는 CDU와 CSU의 연합으로서 35%(11월 대비 2% 상승)였고, 대연정정당인 SPD가 22%(11월과 동률)로 2위를 기록했다. 극우정당 AfD의 지지율은 13%(11월과 동률)로 집계되어 13%~15%대로 안정적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으로 분류되는 Grüne(녹색당)은 11%(11월 대비 1% 하락), Linke(좌파당)는 9%(11월과 동률), FDP(자유민주당)은 5%(11월 대비 1%하락)의 순으로 나타났다.

2005년~2016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좌)/정부국정수행(우)의 평가변화추이(출처: ARD-DeutschlandTrend, 4쪽; 8쪽. 원저작자의 모든 권리가 보호됨)

지지정당별 현 정권의 의정활동만족도에선 전체평균 47%가 긍정적(매우만족/만족)이라고 응답하여 전월대비 4% 높아졌다. Unions와 SPD, Grüne 등 세 개 정당의 지지자들은 현 정권의 의정활동에 과반이상 긍정평가를 내린 반면, FDP와 Linke, AfD 등의 지지자들은 부정평가가 현저하게 높았다. 정당별로 Unions 지지자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정권에 대해 76%의 긍정평가, 부정평가 26%를 내려 긍정비율과 부정비율은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SPD와 Grüne의 지지자들의 52%는 현 독일정권에 대해 부정평가에서도 SPD 46%, Grüne 48%로 높았다. 극우정당인 AfD의 지지자들 중 92%는 현재 독일정권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Linke 역시 80%의 부정응답을 보였다.

유명정치인(Spitzenpolitikern) 12인에 대한 활동평가에선 외무장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SPD)가 79%(11월 대비 7% 상승)로 1위, 재무장관 볼프강 쇼우브레(Wolfgang Schäuble, Unions(CDU))가 66%(11월 대비 2% 상승)으로 2위, 유럽의회의장 마틴-슐츠(SPD)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CDU)는 각각 57%로 3순위에 올랐다. 활동평가 최하는 AfD소속의 외르그 메우텐(Jörg Meuthen)으로 긍정평가는 7%(11월과 동률), 부정평가는 67%로 나타났으며, Linke의 디엣트마 바르트쉬(Dietmar Bartsch)가 21%의 긍정평가(11월 대비 3%상승)와 49%의 부정평가를 기록하여 그 뒤를 이었다.

12월 유명정치인들의 활동평가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차기 SPD의 연방총리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마틴-슐츠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평가가 동률을 이뤘다는 데서 발견된다. 전월과 비교하여 마틴-슐츠의 긍정평가는 7%가 증가했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5%에 그쳤고, 부정평가는 마틴-슐츠가 21%, 앙겔라 메르켈은 42%로 두 배 차이가 난다. 즉 마틴-슐츠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긍정평가는 같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선 마틴-슐츠의 평가가 더 좋다. 현 독일정부의 국정수행만족에 대한 평가로는 매우만족이 3%(11월 대비 1% 상승), 만족은 44%(11월 대비 3% 상승)로 긍정평가는 47%로 집계된 반면, 별로만족하지 않음이 43%(11월 대비 1% 하락), 전혀 만족하지 않음은 9%(11월 대비 3% 하락)로 부정평가합계 52%였다. 2005년부터 2016년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시기의 국정수행만족을 보면 부정적인 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로 각 임기가 끝났던 흐름을 보였지만 2013년~2016년 현재의 평가에선 긍정적인 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로 전환되는 추세다.

2005년~2016년 정당별 지지율변화추이(출처: ARD-DeutschlandTrend, 11쪽. 원저작자의 모든 권리가 보호됨)

ARD-DeutschlandTrend의 12월 보고서엔 지난 11월 말 CDU의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으로 4선에 나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총리직 연임에 대한 의견도 포함되어 있다. 응답자 전체를 기준으로 59%(11월 대비 13% 상승)가 긍정적인 답변을, 39%(11월 대비 12% 하락)가 부정적인 응답을 내렸다. 지지정당별 긍정응답비율을 보면 Unions은 87%, Grüne이 68%, SPD가 52%의 순으로 높았고, AfD는 10%, FDP는 39%에 불과했다. 반대응답이 가장 높은 정당지지자는 AfD로 89%였고, Unions는 12%였다. 한편, Unions의 소속정당인 CDU 지지층의 89%, CSU에선 82%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연임을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현재의 대연정이 유지될 경우 Unions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내년 1월 말 선출될 SPD의 총리후보와의 양자 비교한 자료도 있다. 먼저 그동안 SPD의 총리후보로 지목되어왔던 연방부총리 지그마르 가브리엘(Sigmar Gabriel)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비교는 가브리엘 부총리가 19%(11월 대비 8% 하락), 메르켈 총리는 57%(11월 대비 12% 상승)로 나타났다. ARD는 이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가브리엘은 메르켈을 대항할 기회를 잃었다’(Gabriel wäre chancenlos gegen Merkel)1) 고 보도하면서 SPD에서 새로운 총리후보를 내세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대항마로 부각된 인사는 바로 EU의회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틴-슐츠다. 이 둘의 양자 지지율비교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43%, 마틴-슐츠 36%로 7%의 차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그마르 가브리엘보다 마틴-슐츠가 정당별로 폭 넓은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지그마르 가브리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응답자들을 각 정당별로 구분해보면 Unions 6%, Grüne는 10%, FDP 8%, SPD 43%, Linke 15%, AfD 25%로 나타나지만. 마틴-슐츠는 Unions 14%, Grüne는 41%, FDP 32%, SPD 63%, Linke 47%, AfD 29%다로 집계되었다. 즉 대연정을 맺고 있는 정당부터 야당, 극우정당까지 폭 넓은 지지층을 갖고 있는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Unions, Grüne, FDP 등의 정당지지자들에게서 우위를 보이고 있고, 마틴-슐츠는 SPD와 Linke, AfD에서 우위를 보인다.

독일선거제도

독일연방의회는 연방하원(Bundestag)과 연방상원(Bundesrat)으로 구성된다. 연방하원은 직접투표로 구성되고 연방상원은 지역인구에 따른 파견으로 구성된다. 연방하원선거는 1인 2표제로, 유권자는 지역구 출마자와 정당지지에 한 표씩 투표하게 된다. 정당지지율에 따라 의석이 분배되는데, 이 중 5% 미만의 정당지지율을 받은 정당은 연방하원에 진출할 수 없다. 예외로는 지역구 출마자 중 3석 이상이 선출된 정당의 경우 5% 미만의 정당지지율을 확보해도 의석을 배정받게 된다. 지역구는 299개이며, 총의석수는 유권자가 2표를 행사하기 때문에 두 배인 598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600명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연방하원이 선출되는 초과의석(Überhang- und Ausgleichsmandate)이 발생한다. 이는 2투표(정당투표)로 얻은 의석수보다 1투표(지역구 출마자투표)로 당선된 후보자들의 수가 더 많은 경우에 인정하도록 하는 원칙에 따른 결과다. 즉, 2투표의 결과에 따라 발생하는 ‘초과의석’(Überhangsmandate)과 ‘평준화의석’(Ausgleichsmandate)에 따라 배정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18대 독일하원에서 초과의석은 CDU가 4석을 배정받았고, 평준화의석은 CDU가 13석, SPD가 10석, Linke는 4석, Grüne는 2석 등을 차지했다. 18대 국회의 총의석은 630석이다.

한편, 제1당이 된 정당대표는 연방대통령으로부터 연방정부 구성에 대한 위임을 받게 되는데, 정부구성과정엔 하원의원의 과반수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에 연정을 맺게 된다. 현재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있게 한 배경에는 CDU와 CSU, SPD 등의 정당이 참여한 대연정이 있었다. 연정협상을 통해서 정책이 조율되고, 조율 후에는 대통령의 제청에 따라 대연정에 소속된 정당들의 대표 중 한 명이 연방총리후보자로 선출된다. 연방총리선출을 위해서는 하원의원 과반이상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미 연정이 체결된 이후이기 때문에 후보자의 선출은 거의 당연시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장기집권은 가능한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시내의 테러 현장에서 희생자에게 흰색 장미꽃을 바치며 추모하고 있다. (베를린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선 도전이 성공한다면 1982년부터 1998년까지 16년 동안 6대 총리로 재직했던 헬무트 콜(Helmut Kohl) 전 총리의 기록과 동률을 이루는 업적이 된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난 11월 2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CDU 당대표로 재 선출된 이후 참석한 CDU-지역컨퍼런스(CDU-Regionalkonferenz)에서 현재의 난민정책에 반대하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세요’(Frau Bundeskanzlerin, treten Sie zurück)라고 언급한 사건이 있었다. 청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지만 정작 발언을 한 당사자는 너무도 침착한 모습이었다. 뒤이어 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어린아이가 독일어로 ‘메르켈 당신에게 감사합니다’(Ich danke Ihnen, Frau Merkel)라고 말하면서 청중들의 눈물을 자아냈다.2) 이 모습은 현재의 독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난민수용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2015년 적극적으로 난민수용정책을 펼쳤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당시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사회통합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이 사안은 대연정소속 정당들 사이에서도 항상 논란으로 남아 총리의 발목을 잡아왔다.

난민수용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작년 ‘귀가 얇은 정치인’이라는 뜻의 ‘깃털 정치인’(Feder Politikerin)으로 불렸던 앙겔라 메르켈은 4선에 도전하면서 현재의 난민정책을 보완하고 사회통합을 강화할 것을 밝힌 상태다. 그 와중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지난 12월 19일 베를린 지역의 크리스마스시장에 한 트럭이 돌진하여 1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던 사건의 최초 용의자가 난민출신 인사로 알려지면서 여론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바이에른 주 내무부장관 요아힘 헤르만(Joachim Herrmann, CSU)과 CSU의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Horst Seehofer)는 각각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CDU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보안강화를 위해 난민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요청했고,3) 극우정당 AfD는 이 사건의 희생자들을 ‘메르켈에 의한 죽음’(Es sind Merkels Tote)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4) 올해 1월 1일 쾰른과 독일 내 주요도시들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했던 난민들의 성추행/성폭행사건도 오마주 될 조짐도 보이고 있어 극우세력의 공세도 거세질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제안할 수정난민정책들의 수위는 내년 연방총리선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1) http://www.tagesschau.de/inland/deutschlandtrend-673.html
2) https://www.youtube.com/watch?v=k8_uh3xhquk
3)http://www.faz.net/aktuell/politik/inland/csu-setzt-merkel-nach-anschlag-von-berlin-unter-druck-14585743.html
4)https://www.welt.de/politik/deutschland/article160464557/Die-Ekel-Provokationen-der-AfD-folgen-einem-Drehbuch.html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