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등의 제고를 위한 '언론장악방지법'이 새누리당이라는 암초를 만나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이 내년 2월 MBC 사장 선임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언론장악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해당 법안의 부칙에 따라 공포 3개월 후 새로운 이사회와 사장이 선임된다.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경우, 내년 3월 이내에 새로운 공영방송 이사와 경영진이 선출돼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 미방위. (연합뉴스)

국회 미방위 야당 위원들은 12월 열린 임시국회에서 언론장악방지법안 논의와 처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시간끌기에 나섰다.

야당은 숙려기간을 넘긴 법안에 대해 상임위 보고 후 법안심사소위로 넘겨 국회법 절차에 따라 언론장악방지법을 포함한 109개 법안을 논의하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대체토론이 필요하다는 논지를 펼치며, 공청회나 토론회를 하는 것이 좋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에 야당이 법안소위 회부만 약속해준다면 당장이라도 언론장악방지법 공청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누리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이러한 행태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차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계획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내년 2월 MBC 사장 선임이 예정돼 있는데, 새누리당이 현재의 방문진 이사진 구성을 그대로 이어가 MBC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방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간사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은 언론장악방지법을 어떻게 바로 처리하느냐고 한다. 몇 번 정도의 회기를 거치고, 이르면 내년 1~2월, 또는 3~4월에 처리하자는 뜻으로 읽혀진다"면서 "그 얘기는 2월 MBC 사장, 3월 종편 재승인을 거치고 나서 논의하자는 얘기"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결국 시간 끌기"라고 강조했다.

또한 새누리당의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입장 자체가 명확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론으로 정하지도 못한 사안을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대출 간사가 언론장악방지법 반대가 새누리당 당론이라고 해서 신상진 위원장에게 물어봤더니, 신 위원장은 당론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홍근 간사도 "신상진 위원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론은 아니라고 얘기했다"면서 "그런데 박대출 간사는 당의 입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당론이면 이걸 왜 당론으로 정했는지 입장과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야3당 의원들이 '언론장악방지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7월 야당이 국회의원 162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를 13명으로 늘려 여야 추천비율을 7대6으로 하고, 사장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사장 임면 시 이사 2/3 이상의 찬성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이사의 임기보장과 정치활동 금지를 명문화해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의 제고를 꾀한다.

현재 KBS 사장을 선출하는 KBS이사회의 경우 여당추천이사 7명, 야당추천이사 4명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여당추천이사 비율이 높은 이사회가 KBS 사장을 추천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MB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MBC 사장을 선출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도 대통령추천이사 3명, 여당추천이사 3명, 야당추천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누리당이 언론장악방지법을 방송의 독립성 훼손을 거론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속내는 공영방송 장악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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