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탄핵 국면에서 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오염되지 않은 정치인'이란 강점이 있는 반 총장이 제3지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 총창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기자회견에서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특파원과 기자회견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유엔본부=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했다.

탈당이 가시화되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는 ‘반 총장이 함께 하겠다면 환영’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비박계 권성동 의원은 21일 MBC라디오<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과의 연대 하겠냐는 질문에 “저희들은 ‘가치를 함께 하겠다’는 분에게 문호를 활짝 열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반 총장이 만약 대권에 뜻을 갖고 있고 보수 가치를 지향한다면 친박 중심의 당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은 자명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한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대선국면에서는 ‘교섭단체냐 아니냐’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대권주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박계들이 새누리당을) 나가는 것은 다 좋은데 그렇게 되면 대선국면에서 유승민 의원 하나 보고 나가는 꼴”이라며 “몇 명을 규합해서 나가느냐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박계가 유력 대선 주자인 반 총장을 영입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엇 소용인지 알 수가 없다"며 기득권 정치권을 비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혼자인 반 총장이 누구와 연대할지는 관심이 아닐 수 없다. 고 평론가는 “다수의 국민들은 ‘반 총장이 정치권에서 일한 적이 없어서 기존 정치권과는 다르겠지’란 생각을 갖고 있는데 반 총장의 강점”이라며 “그런데 반 총장이 국내에 들어와서 연대란 이름으로 비박, 친박, 제3지대 등을 만나보고 이래야 되는데, 그런 행태가 ‘정치공학적 움직임’이라고 비난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16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대학교에서 열린 손학규 전북 북콘서트에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12.16 doo@yna.co.kr(끝)

고 평론가는 “(반 총장이) 기존 정치인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반 총장 중심의 터전을 만들 것”이라며 “1차적으로 제3지대 쪽이 가장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 총장도 안철수 의원도 손학규 고문에게 함께 하고 싶다고 하면, 손 고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손 고문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반 총장 쪽과 함께 하지 않겠냐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반 총장과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신율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이 아직도 5~6개월 남았다고 하면 지금의 지지도가 반드시 대통령으로 연결된다”면서 “반 총장이 '다음 대선에 된다. 또는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유일한 후보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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