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직에 대한 사전 내정설을 두고 현 방문진 이사들은 “무늬만 공모제일 뿐 청와대와 방통위가 미리 다 정해놓고 하는 것”이라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 ⓒ미디어스

당초 방문진 이사 후보로 신청했던 이민웅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대표(한양대 명예교수)는 지난 27일 자진 철회 의사를 밝히며 그 이유로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으로부터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대신해 전달한다면서 ‘이번에는 아무래도 모 대학교의 아무개 명예교수를 방문진 이사로 모실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선임을 위한 공식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미리 선임이 결정된 것 같은 통보를 받고는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같은 사정 내정설에 대해 현직 방문진 이사들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김정란 이사(상지대 교수)는 29일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최소한의 상식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절망한다”며 “이 정부는 하는 것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상식적”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당연히 적법한 공모 절차에 따라 선임을 하고, 방문진 법에 의거해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해야 하는데 이미 다 뽑혀있다면 응모를 하나마나 한 일”이라며 “무늬만 ‘민주정부’지 본질은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에 대해서도 “학자로서 나름의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노골적으로 정부에 줄서기를 하는 것 같다”며 “(김 교수가 이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과연 공영방송으로서의 공공성, 공정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영호 이사(전 한겨레신문 전무)도 “무늬만 공모제일 뿐 청와대와 방통위가 미리 다 정해놓고 하는 것이다. 심사는 형식적인 것으로 거의 의미가 없다”며 “적법한 공모 절차에 따라 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는 김우룡 교수의 이사장 내정설에 대해 “이사장은 엄연히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뽑아야 하는데 법과 현실이 따로 논다. 하지만 김 교수가 방문진 이사장이 돼도 MBC는 숱한 언론자유 수호 투쟁 끝에 만들어진 산물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는 짧고 방송은 길다”고 말했다.

옥시찬 이사(전 춘천MBC보도국장)는 현재의 여야 나눠먹기 비율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 이사는 “현재와 같은 여야 나눠먹기 비율을 넘어서, 진보·보수를 망라한 시민사회단체 추천위에서도 방문진 이사를 뽑도록 해야 한다”며 “MBC가 민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롭게 구성될)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시민사회와 함께 목숨 걸고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직 방문진 이사들 중에서도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은 내정설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 박우정 이사(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는 내정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며 “현 방문진 이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구월환 이사(순천향대 초빙교수) 역시 “(내정설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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