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첫 재판에 출석, “검찰 공소사실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와 맞물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19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대법정에서 공판준비기일로 열린 첫 재판에 출석, 이 같이 밝혔다. 최 씨는 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철저한 규명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 씨 측은 ”(최 씨가)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최순실, 첫 재판 출석(서울 사진공동취재단 = 연합뉴스) 19일 오후 국정농단 관련 첫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 최순실씨가 들어서고 있다. 이날 지법은 417호 대법정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xyz@yna.co.kr

박 대통령과 공범으로 지목된 최 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774억원을 내도록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와 비선실세 의혹이 터진 뒤 측근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날 최 씨는 이 같은 혐의들을 모두 부인했다.

박 대통령도 국회가 탄핵 사유로 의결한 5가지 헌법 위반과 8가지 법률 위반 모두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고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법률대리인들을 통해 헌재에 A4용지 25쪽 분량의 답변서에서 “최순실의 국정 관여 비율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1%미만이며, 이마저도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며 최 씨 등의 전횡과 사익 추구와 관련해서도 알지 못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2016.12.18 photo@yna.co.kr(끝)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자신들의 혐의를 부정하면서 헌재 탄핵 심판이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핵심 관계자인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관련 사건들에 대한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헌재는 검찰조사와 특검 조사까지 심층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또한 특검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할 수 있을 것인지 결과까지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애초 예상됐던 조기 탄핵 심판은 어려운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야당은 19일 박 대통령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 대해 “헌재 심판을 지연해보겠다는 꼼수”라며 헌재의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헌재의 심판을 지연해보겠다는 어떤 시도나 꼼수도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후안무치한 답변서로 헌재 심판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속셈이 확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박 대통령 측의) 이러한 궤변에 대해 헌재는 추상같은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헌재의 조속한 탄핵 심판 절차 진행을 촉구했다. 야당의 이 같은 반응은 박 대통령의 답변서로 인해 헌재 탄핵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브리핑실에서 헌재 배보윤 공보관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12.19 mon@yna.co.kr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답변서가 헌재의 탄핵 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1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헌법학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이 궤변에 가까워 헌재 심리에 영향을 주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최순실 국정 관여 비율 1%’라는 박 대통령 측의 주장에 “국정 관여 비율을 주장하는데 불법의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재직 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해 대통령 탄핵제도가 있는 것인데, 공소장은 믿을 수 없으니 형사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은 헌법을 전혀 이해 못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