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의 TV를 통한 미디어법 정부광고 중단 요구에 ‘검토하겠다’라고 답했으나, 방통위 기조실장이 즉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섬으로써 최 위원장 발언은 의지 없는 립서비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세종로 방통위를 항의방문한 전병헌·장세환 등 6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최시중 방통위원장에 대해 “언론자유의 발전을 위해 사퇴하라”고 촉구하는 모습 ⓒ곽상아

28일 서울 세종로 방통위를 항의방문한 전병헌, 장세환 등 6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최 위원장에 대해 “언론자유의 발전을 위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시행령 작업 후속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최 위원장에 대해 “국민과 야당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방송광고는 소송등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 또는 국가기관에 의한 분쟁의 조정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나 설명을 다루어서는 아니된다”는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5조 2항을 근거로 미디어법 TV광고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광고 중단과 관련해 최 위원장은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으나, 바로 옆자리에 있던 이기주 방통위 기조실장이 즉각 “실무적으로 검토했으나 미디어법 광고건은 해당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 미디어법 광고는 미디어법으로 인한 기대효과 등 내용을 다루고 있을 뿐 절차적 문제(재투표, 대리투표 등)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아 ‘분쟁의 조정이 진행중인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중단에의 부정적 입장을 최 위원장 대신 피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디어법은 절차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직 정부 정책도 아니고 여당의 정책일 뿐인데 왜 국민 혈세로 홍보하느냐”(전병헌 의원)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다. 억지 궤변을 부리지 마라”(서갑원 의원) “미디어법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을뿐더러 민생과도 관계없다”(조용택 의원)며 거세게 항의했다.

전병헌 의원은 “최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개최한 26일은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정부에 이송(27일 저녁)되기도 전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미디어악법을 기정사실화하고, 사법부에 간접적 압력을 가한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실무적 검토를 할 순 있지만 아직 법이 공포되기도 전인데 ‘8월중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승인에 대한 구체적 정책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밝힌 것은 월권이자 입도선매(立稻先賣: 아직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미리 돈을 받고 파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또한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 방송법 후속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최 위원장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한 사실을 지적하며 “방통위가 5인 위원들의 합의제 기구임에도 최 위원장이 독선적으로 방통위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영택 의원도 “최시중 위원장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수장이므로 기관의 성격을 충분히 이해하고 행동해달라”며 “현재의 행태는 매우 독단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눈을 감은 채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곽상아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가능하면 여러분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행정기관은 국회에서 법률이 넘어오게 되면 법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시행령 마련 등 그에 따른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사법부에 대한 간접 압력이라는 주장에 대해 “독립된 기관인 사법부는 나름의 독자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기관장이 방송법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고 해서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야권이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도 “(재투표, 대리투표 등으로)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저희들로서는 이 일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방통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27일 저녁 국회에서 방통위로 이송된 미디어법은 오는 31일 전후로 공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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