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뉴스라도 잘 놀라지 않는다. 이미 높아진 분노에 다시 분노를 얹는 비정상의 반복일 뿐이다. 그럼에도 놀랄 만한 뉴스가 있었다. 방송사 뉴스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였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뉴스 선호도에서 JTBC는 홀로 빛났다. JTBC를 선택한 시청자는 무려 45%. 지상파 3사의 선호도를 모두 합한 26%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세계가 주목하고 또 부러워하는 한국의 광장 민주주의. 그 속에서 이 선호도는 의외의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한국의 두 공영방송 기자들이 시민들에 의해서 현장에서 쫓겨나가는 모습들이 포착되었다. 특히 MBC에 대한 분노가 더욱 커서 MBC 기자들은 카메라와 마이크에 자사 로고를 떼고서 촬영을 하거나 중계차를 현장에서 먼 곳에 두고 건물 계단에 숨어서 현장을 전하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MBC 뉴스데스크 보도영상 갈무리

반면 JTBC 기자들은 광장의 아이돌처럼 대접을 받는다. 수많은 격려는 물론이고 JTBC 기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신뢰와 정감이 듬뿍 담겨 있다. 종편이라고 무시당했던 JTBC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들의 현격한 전세역전이었다.

그리고 그 행간을 채우는 작은 뉴스에 주목하려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는 민주시민언론상 소식이었다. 손석희 JTBC 사장이 본상을, 영화 자백을 만든 최승호 감독에게 특별상이 주어졌다. 여기서 최승호 피디는 소감을 통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수상자가 다 MBC 출신이다. ‘자백’은 공영방송의 실패에서부터 탄생한 영화고, JTBC의 수상도 일정부분 그런 측면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아직 공영방송 안에 남아 있으면서 아우슈비츠 같은 어려움 속에 있는 동료들과 이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워치독, 랩독, 가드독…그리고’

최승호 피디의 말처럼 영화 ‘자백’은 영화가 아닌 방송 탐사보도를 통해서 세상에 나왔어야 할 것이었다. 적어도 과거의 MBC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물론 지상파에도 엄연히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몫을 하는 프로그램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정도다.

요즘의 지상파는 단지 드라마와 예능만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민영방송인 SBS가 발 빠르게 뉴스의 질을 바꾸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고,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나마 뭐라도 한다는 점에서 반등의 여지를 두고 있다. 두 공영방송사들은 선호도나 시청률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투다.

12월 3주차 뉴스채널 선호도 (자료=한국갤럽)

JTBC가 이처럼 급성장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0월 최순실의 태블릿PC 보도였지만 단순히 특종 하나에 의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중 하나였던 ‘어려운 말 쓰지 맙시다’로 대변되는 쉬운 뉴스, 한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지향해온 우공이산의 덕이 쌓인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시청자가 납득할 수 없다면 취재를 멈추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은 JTBC <뉴스룸> 같은 뉴스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 최순실의 국정농단은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특히 공영방송의 뉴스가 신뢰도를 잃은 현상 속에서 여기저기서 활약하는 MBC 출신 언론인들을 보며 과거의 MBC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방송이 거의 불가능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공영방송의 흑역사를 가능케, 아니 강요할 수 있게 한 것은 방송관련법들 때문이다. 당연히 야3당은 언론장악 금지 법안을 비롯해서 여러 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미방위 새누리당 간사의 거부로 벌써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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