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3월 24일 세계 결핵의 날,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 9월 15일 세계 민주주의 날,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까지 거의 매달 세계 ○○의 날이 정해져 있다. 보통 UN, WHO, UNICEF 등 국제기구에서 그날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서 제정한 날들인데, 으레 그렇듯이 그날 하루 반짝 기념을 하거나 그런 날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본인도 글을 쓰기 위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세계 왼손잡이의 날, 세계 요가의 날, 세계 춤의 날, 세계 손씻기의 날까지 상상 그 이상일 정도로 다양한 주제의 세계인의 날이 지정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주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한번 이상씩은 꼭 들어보거나 관련한 행사를 준비해보았을 법한 날이 바로 12월 18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다.

UN은 1990년 이주노동자권리협약(정식명칭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을 채택했다. 그리고 그 10년 후인, 2000년부터 이날을 기념하여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정했다. 이 협약은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을 적극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6년 말 현재, 알제리를 비롯한 28개국이 협약을 비준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모두 이주노동자를 송출하는 나라들이며 정작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다루고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도입국들은 하나같이 비준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국 또한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이 협약의 채택에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지정되기까지 10년이나 걸린 것 또한, 이 협약을 체결하도록 촉구하는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투쟁은 1997년 필리핀에서 시작하여 1998년부터는 아시아와 세계로 확대되었고, 2000년부터 12월 18일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권은 어느 국가에서든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 인류가 공유하는 날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 내에서 이주동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노동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매해 12월 18일을 전후로 하여 기념행사 및 집회, 기자회견,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12월 18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광화문역 9번 출구 해치광장에서 오후 2시부터 <이주민 200만 시대,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2016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동시간대에 대구경북 지역은 2.28공원, 부산울산경남은 울산 북구청 내 오토밸리 복지센터4층에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집회가 열린다.

2016년 다사다난했던 한 해 동안 이주노동자 당사자 및 지원단체에서 끊임없이 요구했던 내용을 총망라해서 11개의 요구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 이주노동자 퇴직금은 국내에서 지급하라!
- UN 이주민권리협약 비준하라!
-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 차별하는 근로기준법 63조 폐지하라!
- 단속추방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민 합법화하라!
- 이주여성의 온전한 체류 및 권리 보장하라!
- 난민 인정 대폭 늘리고 안정적 체류와 사회적 권리 보장하라!
-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제도 폐지하라!
- 영주권 전치주의 도입 시도 중단하라!
- 이주민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취급 반대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선 시민들이 계속 모여서 촛불을 들고 있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역시도 이 촛불집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많은 숫자는 아닐지라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비록 투표권도 없고 정치적인 사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여러모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주노동자이지만, 한국 사회가 보다 평등해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마음일 것이다.

지난 11월 26일 촛불집회 때 한국에 9년 동안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 자유발언을 했던 내용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12월 18일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이하여 모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17년에는 모든 이주민과 정주민에게 평등한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는 한국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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