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표가 공정방송 요구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즉각 원상복직·명예회복과 언론 탄압·장악의 부역자들에 대한 책임처벌 등을 약속했다. 정권의 언론 탄압과 장악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오전 10시 경기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서 최근 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를 만나 “(언론인들이) 눈에 보이는 해고나 징계뿐만 아니라 자기 업무와 무관한 업무로 전보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인간적으로 모욕을 당해왔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10시경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용마 MBC해직기자를 만났다. 이 기자가 최근 MBC 처한 상황과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경청하며 듣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이 기자는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사장 퇴진 및 불공정 보도 시정’을 요구하며 170일의 파업을 이끌었다. 사측은 파업이 끝난 직후 이 기자를 ‘회사질서 문란’을 이유로 가장 먼저 해고했다. 이날은 이 기자가 해직된 지 1748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 기자를 병문안한 문 전 대표는 안부 인사를 한 뒤 “2012년 당시 해직기자들이 농성하는 자리에 방문해서 전원 복직을 약속드리고 언론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말했었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때 제가 그 약속을 못 지켜서 5년 내내 (해직기자들이) 고생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최근 MBC뉴스를 보면 떠오르는 느낌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 기자의 질문에 “2012년 당시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태도를 보였을 때 가장 먼저 일어났던 곳이 MBC였다.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정신이 살아있었다”며 “그때 언론 자유를 수호하려했던 사람들은 (MBC에서) 사라지고 그 이후 지금까지 정권에 홍보 방송 역할을 하고 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MBC뉴스 보도는) 참담해졌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문 전 대표에게 현재 MBC구성원들에겐 외부에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MBC는) 제가 외부에서 볼 때 몰락한 방송”이라며 “요즘 MBC를 보면 아우슈비츠(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최대의 강제수용소) 수용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개탄했다. 그는 “수용소 내에서는 저항도 소용없다. 저항을 하면 바로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며 “저항조차 불가능한 조직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저녁 언론노조 MBC본부는 조합원 총회를 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상황에도 MBC는 '청와대 비호 방송'을 일삼는다며 '보도 책임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이어 이 기자는 “외부에서 공영방송들을 향해 기레기네 엠병신이네 욕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라고 해도 의미가 없다”며 “(수용소 내에 있는 사람들에겐) 외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첫째로 2012년 언론 파업 당시 해직된 분들 또 그 이후에 불이익을 받았던 많은 언론인들을 즉각 원상복직시키고, 명예도 회복시키고 보상도 제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려 했던 세력들과 거기에 앞장섰던 부역자들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진상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뒤 또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적 장치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대청소에는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는 적폐 청산도 담겨 있다”며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 제정에 대해 “지금 이 시기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국회에서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사회개혁기구를 구성해 언론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또한) 공영방송 본분을 지킬 수 있는 입법들을 다 논의하도록 제안하는 중”이라며 “(관련 법들이 제정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나 징계 관련 소송을 할 때, 노동자 측이 하급심에서 해고 부당 판결을 받으면 사측이 상고를 하더라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6일 오전 11시경 이용마 MBC해직기자가 떠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인사하는 모습.

이어 문 전 대표는 “동아투위와 같은 언론 탄압 사건이 40년이 지났는데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 의문”이라며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는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30위 정도까지 됐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70위까지 떨어졌다.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촛불 혁명의 힘으로 제대로 한번 바꿔보자”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와 이 기자의 만남은 공개로 약 30분 동안 이뤄졌다. 공개 만남이 끝날 무렵 남양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이 기자를 방문했다. 이후 이들은 비공개 면담을 30분가량 진행했다. 문 전 대표는 비공개 면담 이후 기자들을 만나 “(이 기자와) 공영방송을 포함, (언론들이) 언론자유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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