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고대영 KBS 사장 및 이사회 다수이사(여권 추천)들이 KBS를 향한 촛불시민들의 지탄에도 내부의 반성 요구를 거부했다. KBS이사회 소수이사(야권 추천)들이 ‘2017년 KBS 방송기본계획’과 관련 ‘권력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 담겨야한다’고 요구했지만 다수이사(여권 추천)들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소수이사들은 반발에 나섰다.

KBS이사회 소수 이사 4인(전영일,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은 14일 <희망 2017이 아닌, 절망 2017 KBS>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KBS 경영진은 물론 다수이사들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KBS의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며 “우리는 국민의 비판에 귀 막고 일방통행하는 다수이사들과 경영진의 행태에 동의할 수 없어 이사회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KBS 홈페이지 이사회 소개 화면.

KBS경영진이 제출한 ‘2017년 방송기본계획안’에 대해, 소수이사들은 “대통령이 탄핵되고 수백만 국민들이 거리에서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는 엄중한 현실에 대한 인식과 KBS가 그동안 권력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데 대한 반성이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수이사들은 일방적으로 ‘방송기본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제출된 방송계획안에는 ‘희망 2017, KBS가 함께 합니다’란 방송지표에는 ‘1.희망찬 미래와 국민통합의 중심역할 2.성장동력창출 3. 소통과 공론의 장 마련’ 등 10가지 기본방향이 담겼다. KBS는 최근 시사저널과 한국기자협회, 시사인 등의 언론이 행한 여론조사에서 신뢰도와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KBS 취재기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반발하며 일어난 촛불집회에서 촛불시민들로부터 욕설을 듣고 광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KBS가 청와대를 비호하는 보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었다.

소수이사들은 방송계획안에 대해 “고대영 사장은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미사여구로 치장한 방송기본방향을 제시했다”며 “언론의 기본 역할인 권력감시 기능을 포기하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KBS가 자기반성이라는 본질은 외면하고 뜬구름 잡는 내용만 늘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수이사들은 “무엇보다 2017년의 방송기본계획에는 2016년의 경영결과를 진솔하게 평가하고 특히 KBS가 처한 위기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반성 속에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이 들어가야 함을 강조하였다”면서 “그러나 다수이사들과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의 신뢰회복에 전혀 관심이 없고 우리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또한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주권자의 뜻을 잘 반영하는 정치체제와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공론장으로서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때인데도 2항의 공정한 선거방송 부분을 5항으로 내리는 황당한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지금의 다수이사들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으로는 KBS가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국회가 방송법을 개정하여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위상을 회복하는 데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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