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와 김기춘은 '세월호 참사' 당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역시 관저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은 모두 상황 판단을 포기한 채 국민의 죽음을 그저 방관했다.

눈 먼 자들의 국가;
최순실 육성 파일 큰일났네 다 죽어, 후안무치한 권력 세월호 참사의 민낯

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김기춘도 '세월호 참사' 당일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않았다. 장군 출신인 김장수는 말 바꾸기에 여념이 없었다. 김기춘이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월호 참사'로 수백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안보실장은 안보를 위해 '세월호 참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청와대가 짐승의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괴물이 되었음을 청문회는 잘 보여주었다. 이영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청문회 출석을 하지 않고 뒤늦게 연가를 핑계 대는 청와대는 범죄 집단으로 보일 뿐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의료용 가글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신보라 청와대 간호장교의 발언은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다. 문제의 가글은 미용 시술 후 안면 마비가 왔을 때 양치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대통령과 연결된 의사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말을 바꾸거나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식의 폭탄 던지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김상만이 했던 피검사는 '부신피질'과 관련한 검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경우 상황 판단이 정확하게 되지 않아 대통령 직무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되기도 한다. 이는 정말 중요하다.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자가 국가를 대표했단 의미이기 때문이다. 관저에서 생활하며 김기춘이 초반 국정을 도맡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후반에는 최순실이 실제 대통령 역할(박근혜 집권과 함께 깊숙하게 개입해왔지만)을 해왔다는 것도 명확하다.

김영재와 김상만은 수시로 청와대에 드나들었다. 더욱 보안 손님이라는 명칭으로 청와대 검색도 받지 않고 출입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비선 의료진이 수시로 청와대를 출입해왔다는 사실은 당황스럽다. 자신들이 치료제와 주사기 등을 모두 가지고 갔지만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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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 수술을 했지만 청문회장에 나선 그 누구도 직접 하지는 않았다는 증언 속에 진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청문회에서도 당당했다. 부끄러움도 없었다. 이인임과 서창석은 각기 상반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하며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행태는 경악 그 자체였다.

대통령의 건강을 비선 의료진이 도맡아 왔다는 사실은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원호 전 청와대 의무실장의 안일한 태도는 더 충격이다. 그는 의사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는 말로 비선 의료를 정당화했다. 김기춘의 무능에 이어 김장수의 거짓말과 책임 회피 역시 최악이다. 이런 자들이 모여 국가를 책임졌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최순실 녹취 파일은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 '최순실 청문회'이지만 최순실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이번 사건을 은폐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다 담겨 있었다. 녹취가 된 날이 10월 27일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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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은 최순실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날 밝힌 인터뷰의 내용은 녹취록에 있던 것과 동일하다. JTBC가 공개한 태블릿 PC를 조작이라 주장하고 누군가 훔쳐 갔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최순실이 '세계일보'를 통해 거짓 주장을 하고, 고영태는 청문회에서도 동일하게 이 문제를 들고 나왔었다.

"큰일났네... 다 죽어"라는 최순실의 솔직한 표현은 현재의 모습 그대로다. 최순실은 독일에서 갑작스럽게 귀국하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반박 전략을 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최순실이 귀국한 후에도 30시간이 넘게 자유롭게 다니며 사건을 은폐하도록 방치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자칭 보수라고 부르는 단체들에서 최순실의 지시 사항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김한수가 이 일을 도맡아 해왔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여전히 범죄를 조장하고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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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회장과 대통령은 독대를 한 상황에서 은밀한 거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독대한 상황에서 면세점 산업 육성을 위해 신규 사업자 개선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말씀자료'가 공개되었다. 이후 최 회장이 안종범과 통화를 하고 관세청장에게 '면세점 관련'이라는 문건 보고를 받기도 했다.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관세청에서 면세점 추가는 절대 없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지 두 달 후에 완전히 다른 결정을 한 것은 대통령의 독대가 만든 결과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공개 자료를 통해 면세점 추가는 절대 없다는 관세청이 180도 다른 결정을 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이빙 벨> 방송을 알리며 시작된 손석희 앵커브리핑은 씁쓸함을 더했다. 검붉은 바다에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던 그날, 국민을 구하기 위해 달려간 이들을 내치고 조롱한 국가. 그러면서도 그들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하던 국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골든타임'을 외치던 그들은 이미 인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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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졌으나, 눈 감은 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던 부정의 말들. 우린 눈을 떠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결에서 햇빛의 질감에서 그리고 찬란한 나비의 날개 짓에서 누군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눈만 뜨면 볼 수 있는 감출 수 없는 진실 말입니다"

후안무치 시대를 사는 그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와 함께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낯은 처참했다. 청문회에 나온 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짓들에서 우린 절망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최순실의 녹취 파일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범죄를 방조해왔던 청와대는 이제 그 범죄 사실을 감추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범죄자 박근혜와 그 무리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런 점에서 우린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거대한 범죄에 연루된 이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처벌하지 않으면 이 악의 고리를 끊어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눈을 뜨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 자신들은 결코 눈 감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다. 탄핵이 끝이 아니고 시작일 수밖에 없음은 청문회나 최순실의 녹취 파일만으로도 충분하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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