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과 잠시 멀어지면 엄청난 재산을 모을 수 있다. 돈만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올라갈 수 있다. 불의와 손잡고 성공한 수많은 그들과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동주에게 주어졌다. 작성이 완료된 사망진단서를 그저 받아들이면 그는 주류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현실과 이상 사이 딜레마;
욕심 때문에 아팠던 동주, 의사란 생명과 맞먹는 책임감이 주어진 존재다

동주는 힘겨운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의사로서 양심을 버리면 승승장구할 수 있다. 거대병원 원장의 지원을 받으며 승진을 거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양심만 버리면 동주는 세상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의사가 된다.

탈영한 일병의 죽음. 그 죽음 앞에 드리운 두 갈래 길에서 동주는 쉽게 판단을 하지 못한다. 도 원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의사 본연의 결연함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김사부의 등장으로 그 긴장 구도가 깨지며 고민은 깊어졌다. 단순했던 그 선택이 동주를 흔들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동주를 흔든 것은 현실적인 궁핍이 주는 갈등이다. 그는 의사가 되었다. 어린 시절 부적절한 진료로 인해 아버지가 사망한 후 어린 동주에겐 모든 것이 분노의 대상이었다. 그런 동주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던 부용주로 인해 그는 달라졌다. 하지만 의사가 된 후 더욱 혼란스러운 선택 장애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의사가 되기 전과 되고 난 후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물론 기본적인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방식의 문제가 여전히 동주의 발목을 잡았다. 당당하게 맞서기 위해 의사가 되었던 동주는 이제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부당해 보이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노만 가득했던 어린 동주였던 그 시절처럼 말이다.

급하게 돌담병원에 왔던 탈영병 박주혁은 결국 사망했다. 그 사망은 군대 내 집단 상습 폭행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주치의 동주는 여전히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은 단순하다. 몸의 상처와 이로 인해 죽음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택이 쉽지 않은 것은 욕심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도 원장과 맞서기 위해 그에 걸맞은 자리에 올라서야 한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자신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도 원장과 맞서기보다는 도 원장처럼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욕망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욕망과 싸우는 동주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동주를 흔든 것은 외부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탈영병이라고만 알고 있던 박 일병의 부모는 탈영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집단 폭행을 참다못해 복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애절함. 그 간절함에도 쉽게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놓지 못하는 욕심 때문이다.

김사부와 대작을 하며 동주는 복잡한 자신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의사가 되고 싶은 의지와 탐욕스러운 의사에 대한 갈증도 동주에게는 존재한다. 그 갈등 속에서 그를 일깨운 것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 순간이었다. 술에 취해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온 것도 모르고 서정에 대한 사랑 고백도 거침없이 했던 그는 잠에서 깬 후 진짜 자신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병원을 뒤덮은 전단지에는 강동주는 의사가 아니라 살인자라는 고발이었다. 이런 전단지를 붙인 이는 동주의 아픈 상처였다. 욕심이 앞서 병원의 지시에 따라 먼저 계획된 환자 수술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악의적인 선택은 아니었지만 동주의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주치의가 포기한 이 환자를 누구도 우선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술이 밀리며 그 환자는 사망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를 잃은 딸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 상처는 동주가 의사가 된 이유였다. 동주와 같은 이유로 분노하는 유가족 앞에서 먼저 무릎을 꿇은 것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사죄에 머리를 숙인 동주는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 분노와 사죄 속에서 동주는 의사로서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의 동주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순간 자신이 왜 현재의 자신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병사와 외인사 사이에서 고민하던 동주는 의사로서 양심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환자를 버리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자신마저 내던질 수 있는 진정한 의사의 길을 선택한 동주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의사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하기 시작한 동주. 그런 동주의 성장은 <낭만닥터 김사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김사부는 동주와 서정의 스승임을 자부했다. 동주와 서정의 성장은 곧 <낭만닥터 김사부>의 가치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진정한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사이, 도 원장의 아들인 인범은 다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신 회장의 수술에 참여하라는 아버지의 지시. 그리고 다가올 위기 상황에서 인범은 다시 한 번 동주와 같은 선택의 순간에 놓일 수밖에 없다.

비등점은 단순하게 끓는점이다. 끓기 전에는 잘 모른다. 하지만 비등점을 지난 순간 그 차이는 엄청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비등점을 지난 동주와 서정의 성장기는 반갑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등장인물들의 성장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