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월요일 케이블 채널 광고 시간에 나왔던 한 장면이다.

효녀 심청이가 2007년에 다시 태어났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일단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들때 열다섯살쯤이라고 했다. 삯바느질로 아버지 심학규를 먹여 살릴 만큼 손재주가 좋다고 했지만 2007년에는 별 소용이 없다. 청소년 알바시장에 뛰어들어봐야 몇푼 벌지도 못한다. 그거 하느라 공부를 놓치면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진다. 워낙에 예쁜 얼굴이라 '얼짱' 여중생으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다는 상상을 하면 뭐하나. 몇년안에 부모가 부자인 애들이 더 예뻐진다.

정부에서 생활보호대상자라고 이래저래 도와주긴 했다. 그래도 사는게 힘겨웠다. 시각장애인 취업 실태를 봐도 그렇고, 심학규 나이를 고려해도 집에 돈 버는 사람이 없었다.

이래저래 20살까지는 버텼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갈까, 취업을 할까 고민하다가 회사를 택했다. 장학금을 주는 대학은 현재 있는 집에서 너무 멀었고, 사실 적성에 맞지도 않았다.

좋은 소식이 들렸다. 심학규 눈이 수술 가능하다고 한다. 기쁨은 잠시였다. 운이 없게도 의료보험이 안되는 수술이다. 모아 놓은 돈은 없고, 아무도 20살 심청이에게 돈을 꿔주지 않는다.

2007년 심청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MBC <!느낌표> '눈을 떠요'코너도 폐지된 판이라 손내밀곳도 없다. 옛날처럼 인당수에 몸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이나 그것도 안된다.

이럴때 광고가 유혹했다. 대우캐피탈에 돈을 빌리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게 아니라 럭셔리하게 스킨스쿠버하면서 살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 참 좋아진듯 묘사했다. 사채 같은 무시무시한 이름도 아니니 선뜻 손이 갔다.

그후 심청이는 다시 행복해졌을까? 아버지라도 눈을 떴으니 다행일까? 아니였다. 이자는 이자를 낳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심청이에게 원금을 갚아 낼만한 돈을 주는 곳은 없었다. 아버지가 눈을 뜨면 뭐하나. 나이가 많아 여전히 갈곳은 없었다.

광고를 보는데 11일 열린 '100만 민중대회'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묻고 싶다. 심청아, 너는 일요일에 어디에 있었니? "나는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라며 거리를 뛰고 있었니? 시청 앞도 사치라고 여기며 어디선가 특근을 하고 있었니? 그것도 아니라면 남자친구와 빼빼로를 나눠먹고 있었니? 2007년에 태어나 행복하니?

스타급 연예인들이 나와 대출광고를 하는 것에도 반발이 많았지만, 숨죽여 울었을 사람들은 현대판 진짜 '심청이'들이였을지도 모른다.

명품사느라 돈 빌린 것도 아니고, 성형수술로 인생을 바꿔보려고 대출 받은 것도 아니다. 결혼하는 동생에게 언니 노릇 해보려고 빌린다면 그 정도도 감지덕지다. 정말 간절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것도 자신이 아닌 효도하겠다고 대출업체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심청이들은 광고를 보며 과연 어떤 마음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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