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국이 급속하게 기울고 있다. 친박 핵심 인사들이 마지막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를 외쳤으나 사실상 중도적 입장에 가까운 여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찬성 표결을 하면서 이정현 지도부의 리더십은 붕괴됐다. 이후 비주류 중심의 비대위 구성과 ‘재창당’에 준하는 당 개혁이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찬성표가 전체 299표중 234표라는 사실은 최소한 비주류가 주도하는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새누리당 의원이 최소 30명 이상 찬성 투표를 했다는 걸 보여준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핵심들은 마지막까지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이런 식의 표결이 이루어진 것은 이정현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불신임’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당내 비주류 입장에서 이러한 결과는 ‘탈당’ 명분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걸로 보인다. 애초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탈당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며 마지막까지 당내에 남아 ‘재창당’에 준하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비주류 다수파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탈당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내놓은 바 없다.

따라서 이후 이정현 지도부의 거취와 새누리당 내 당권 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정현 대표의 사퇴는 상식적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당 지도부가 당내 비주류가 탄핵 찬성 표결에 동참할 경우 21일 공언했던 이정현 대표의 자진 사퇴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당권을 놓지 않는 경우 ‘내전’ 수준의 극한 대립 끝에 결국 ‘분당’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왼쪽)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대표가 사퇴하고 지도부가 비대위로 전환되면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는 지가 문제다. 당내 비주류가 전면적인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정하기 직전까지 언급되던 비대위원장 후보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인명진 목사 등이다.

이 중 유승민 의원은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오늘 국회의 선택이 단순히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면서 “고통스럽고 불행한 탄핵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정의로운 공화국을 만들어가는 정치혁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의 역할론을 언급하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하면 친박계는 탄핵안 찬성 표결 입장을 정한 비주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김무성 비대위원장’ 카드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최경환, 서청원, 홍문종, 조원진,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은 사실상 당 운영의 중심에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친박계 핵심을 자칭했던 인사들은 ‘폐족’ 수준의 정치적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가 자연스럽게 와해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지우기’로 요약할 수 있는 당 개혁을 진행하게 된다. 당명 개정과 상징 색 변경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변화가 어떤 방식의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가 초유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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