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송된 < KBS 스페셜 > '美 민주당 예비선거-여성대통령인가, 흑인대통령인가'에 대한 리뷰를 미디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최성진 한겨레21 기자가 보내왔다. 정치기자가 본, < KBS 스페셜 > '美 민주당 예비선거'편은 어떤 맛일까?

“한국 대선은 막판까지 변수가 많고 빡빡하게 진행돼 매우 흥미롭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11월 2일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때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 선언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버시바우 대사는 우리나라의 대선 구도에 대해 ‘흥미롭다’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방송된 < KBS 스페셜 > '美 민주당 예비선거-여성대통령인가, 흑인대통령인가'
미국인들 시각에서 볼 때 한국 대선은 당연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대선이 고작 한 달 남짓 남았지만 구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이명박 대 이회창’인지,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대로 다자 구도로 굳어지는 것인지 불투명하다. 적어도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까지는 이런 양상이 계속 될 듯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대선은 거의 2년 동안 진행된다. 대선이 치러지는 것은 내년 11월 3일이지만 이미 지난 1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I'm in to win'(이기기 위해 뛰어들었다)이라고 선언하며 대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렸다.

미 대선의 진행과정은 지난 11월 4일 방송된 한국방송 스페셜 ‘미국 민주당 예비선거, 여성 대통령인가, 흑인 대통령인가’편을 통해 알 수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대선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현직 대통령의 낮은 인기 때문에 야당 후보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가 속한 공화당은 이라크전에서의 실패와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중산층 몰락, 그리고 2005년 태풍 카트리나에 대한 늑장대처 등으로 점수를 크게 잃었다. 오랜 전쟁에 지친 미국 국민들은 민주당에 눈을 돌렸다. 민주당의 여성 후보인 클린턴과 흑인 후보인 오바마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 그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모두 공화당의 유력 후보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의 가상대결에서 앞서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 KBS 스페셜 > '美 민주당 예비선거-여성대통령인가, 흑인대통령인가'
현직 대통령이 같은 당의 대선후보에게 유산이 아니라 ‘채무’를 물려줬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은 별로 없다. 우선 미국 대선에는 ‘흥미’를 끌만한 대목이 없다.(물론 버시바우가 말한 바로 그 흥미를 말한다.) 최근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국 대선은 우리나라에 비해 ‘변수’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유권자들은 대선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아냈다. 우선 미국 역사상 첫 번째 여성 대통령, 아니면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클린턴과 오바마는 각각 그동안 미국 대선에서 소외돼왔던 여성과 흑인을 대표하고 있다.

언론이 추리소설에 가까운 ‘출마 예상기사’를 써대지 않고, 심지어 여론조사기관과 함께 ‘○○○이 출마한다면~’이란 기발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보도하지 않더라도 클린턴이나 오바마, 그리고 공화당의 줄리아니는 어느 대중스타보다 인기가 높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한 여성이 직접 제작한 UCC는 미국에서 얼마 전까지 큰 화제가 됐다. 덩달아 그녀까지 ‘오바마걸’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인기를 모았다. 뛰어난 연설 능력과 매끈한 외모를 지닌 오바마는 웬만한 ‘록스타’보다 관객동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의료보험 제도의 개편이나 적성국가 지도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각 후보들의 팽팽한 이견도 유권자들에게는 큰 관심거리다. 이라크전에 대한 태도와 의료보험 제도 개혁, 감세나 대기업 규제 등 경제정책, 총기규제와 낙태 등 쟁점에 대해 토론할 시간도 부족한데 거기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 혹은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절묘한 방식의 후보단일화나 느닷없이 등장하는 제3후보가 없더라도 미국 언론과 유권자들은 대선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물론 이미 한국 대선의 불가측성에 ‘인이 박힌’ 버시바우에게는 예외일 수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직후 고건 전 총리의 출마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영화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언빌리버블!(unbelievable)’을 외칠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버시바우가 미 대선으로 눈을 돌릴 기회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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