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주째 <무한도전>을 본방사수하지 못했다. 멋진 이성과 데이트를 하거나 돈 벌러 나가는 일이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게 아니다. 대신 광장에서 나와 비슷한 이유로 촛불을 들고 나온 수많은 시민들을 만났다. 이들 중에는 매주 토요일 별 일 없으면 집에서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나처럼 <무한도전> 시청을 포기하거나 혹은 더 재미있고 돈이 되는 일을 뒤로하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상당수 시청자들이 <무한도전> 방영 시간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무한도전> 측은 어떤 방식으로든 촛불 시민들과 한마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자막으로 현 시국을 날카롭게 풍자하기도 했고, ‘역사와 힙합’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만을 위한 국정 교과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지난 3일 방송에는 아예 <무한도전> 멤버 전원이 산타복을 입고 그 위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그런데 <무한도전> 멤버 전원이 노란리본을 달고 방송에 참여한 지난 3일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을 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지금까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청운동 주민센터 앞까지였다. 그곳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를 향해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외치며 기나긴 투쟁을 이어나갔지만, 그들의 절규는 허공의 메아리로만 돌아올 뿐이었다.

지난 26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회를 연 시민들에게 따뜻한 보리차를 무료로 나눠주어 화제가 되었던 ‘통인동 커피공방’은 이날도 역시 보리차 무료 제공은 물론 가게 간판에 ‘아버님 어머님 힘내세요’라는 현수막을 걸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노란리본’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진 전원이 ‘노란 리본’을 단 것 외에도 <무한도전>은 동시간에 진행되고 있는 ‘촛불 집회’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고 환경 보호를 촉구하는 ‘북극곰의 눈물’ 방송 이후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멤버들을 산타로 뽑는 ‘산타 아카데미’ 특집을 방영한 <무한도전>. 미션 진행 도중 ‘촛불’을 표현하는 한 어린이의 설명에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걸 보면 사람들이 박수를 쳐요.”
“죽을 것 같은데 살아나요.”
“뜨거운 데 만질 수 있어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걸 들고 만났어요.”

지난 5주간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열린 촛불 집회가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면, 가족단위로 촛불을 들고 오는 참석자들이 많다는 점이 아닐까. 나날이 추워지는 날씨에도 아이 손 잡고 광화문 광장을 찾는 부모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다짐. 나라를 걱정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염원으로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감히 농락하고 폄하할 수 없는 이유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전국에서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도 꿈쩍도 하지 않는 위정자들 때문에 유독 춥고 긴 겨울밤이 지속될 것 같은 요즘, 언제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무한도전>은 그들의 방식대로 촛불정국에 힘을 보탠다. 그리고 ‘국민내각’ 프로젝트 예고를 통해 촛불집회 ‘이후’를 모색하며 발 빠르게 여론에 대처한다. 비록 MBC 뉴스는 취재 카메라만 보여도 수많은 촛불 시민들의 항의를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무한도전>만큼은 본방으로 보지 못하는 게 미안해진다. 부디 시청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무한도전>을 본방사수 할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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