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언니쓰, 고마웠습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12월 2일 방송)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섹시화보를 끝으로 꿈 계주는 끝이 났다. 8개월 동안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멤버들이 이룬 꿈은 많았다. 대형버스 면허 취득, 걸그룹 데뷔, 페이크 다큐멘터리 제작, 집 짓기, 섹시 화보 촬영, 크리스마스 캐럴 녹음까지.

그러나 <언니들의 슬램덩크>가 이룬 꿈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 데뷔 20년이 지난 후에도 제1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자체가,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거나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겐 희망이었다. 멤버들이 꿈을 이루는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꿈을 꾸게 만드는 계기였을 것이다.

그래서 방송 막바지, 각 멤버들이 ‘꿈을 꾸는 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의미가 남달랐다. 카메라만 남겨두고 제작진이 퇴장한 그 자리에서, 멤버들은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각자 꿈도 달랐고 꿈을 꾸기 시작한 시기도 달랐다. 열네 살 때 이미 꿈을 정하고 그것을 위해 달려온 제시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무서워하지 말라. 대신 자신을 많이 사랑하라”고 말했다.

각각 30대, 40대가 되어서야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꿈을 이룬 민효린과 홍진경은 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홍진경은 “먼 꿈을 따라가기 위해 당장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종이에 적고 실천하면서 지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무엇보다 가장 와 닿고 가장 위로가 됐던 메시지는 김숙의 말이었다.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꿈이 없었던 그는 가장 예뻐야 할 20대 중반에 2년 간 게임에 빠져 집 안에 스스로를 가뒀다. 그리고 진정으로 코미디를 꿈꿀 때까지 무려 7년, 제1의 전성기가 오기까지 무려 22년이나 걸렸다. 무조건 꿈이 있어야 한다고, 절실해야 이룰 수 있다고 강요하는 사회에서 김숙의 경험담은 청춘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꿈이 절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말이다.

다음 시즌에서 어떤 멤버들이 어떤 꿈을 꿀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가 어떤 꿈을 꾸든 간에 그 과정이, 지금도 꿈을 찾아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힘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 주의 Worst: 영애씨보다 더 막돼먹은 제작진 <막돼먹은 영애씨> (11월 28~29일 방송)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5>

영애가 또, 헤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시청자들의 아쉬움과 응원이 공존했겠지만, 이번은 다르다. 분노의 감정이 가장 크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초반에는 시청자들이 영애의 연애를 응원하면서도 결혼은 반대하는, 모순된 심리가 있었다. ‘노처녀 영애’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자 전부였기 때문이다. 어느덧 영애도 불혹을 앞두고 있다. 한때 ‘우리 오빠’였던 아이돌의 결혼 소식마저도 응원해주는 마당에, <막돼먹은 영애씨> 제작진은 마흔이 다 된 영애의 결혼, 아니 연애조차도 틀어막고 있다. 그것도 아주 유치하게.

아마도 제작진은 여전히 ‘영애=노처녀’가 시청자들에게 먹힌다고 생각해서 영애의 사랑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 전략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다. 리얼리티를 추구했던 드라마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리얼리티가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5> 초반만 해도 이렇진 않았다. 영애는 ‘작은 사장님’ 승준과의 비밀 연애를 꾸준히 유지했다. 제작진의 빠른 전개에, 시청자들은 영애의 순탄한 연애를 기대하고 있었고 결혼까지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었다. 영애의 초등학교 동창 조동혁이 경쟁상대로 나타나는가 싶었지만, 본격적인 삼각관계는 그려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5>

문제는, 이번 주 방송분이었다. 승준은 무책임하고 비겁한데다 눈치까지 없는 남자로 전락했고, 영애와 승준이 이별하는 과정은 너무나 작위적이었다. 승준이 영애 엄마의 초대에 응하지 않은 것은 돈이 없어서였고, 그로 인해 아버지한테 돈을 달라고 하기 위해 시위하느라 영애에게 며칠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이별을 통보한 영애의 집에 정중하게 찾아가서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머리에 리본을 달고 “짜잔! 나는 영자 씨를 위한 선물. 그니까 날 받아줘, 가져줘, 그리고 화도 풀어줘”라고 다리를 동동 굴렀다. 책임감에 눈치까지 상실했다.

제작진은 승준을 이런 캐릭터로 만든 것도 모자라, 영애의 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갔다. 술에 취한 영애가 ‘우연히’ 동혁의 트럭 뒤에 탔고, 또 ‘우연히’ 동혁의 밤낚시에 따라가게 됐고, 거기서 또 ‘우연히’ 반지를 잃어버리게 됐으며, 그 반지를 찾으려다가 낚시터에 빠져 옷이 다 젖었다. 머리는 젖고 반지는 없는 상태로 동혁의 차를 타고 집으로 오게 되는 상황을 또 ‘우연히’ 승준이 목격하게 됐다. 수많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너무나 작위적으로 두 사람이 오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영애가 이번 시즌에서도 이별을 할 수는 있다. 승준과 헤어지는 설정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다소 철이 없지만 귀여운 게 매력이었던 승준의 장점이 이번 시즌 들어 답답함과 비겁함이라는 단점으로 바뀌었다. 막돼먹은 세상을 향한 영애의 외침도 줄어들었다. 캐릭터들의 장점이 사라지고, 장수 드라마의 원동력이었던 공감대와 리얼리티도 희미해졌다.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다음 시즌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말, 막돼먹은 제작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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