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일요일 MBC <개그야>의 한장면이다.

수능이 며칠남지 않았다. 이렇게 전국민이 수험생 걱정을 해주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궁금할 정도로 다들 그들을 위해 뭔가 하려고 애쓴다.

TV도 나섰다. MBC <개그야> 팀의 코미디언들은 '수능 잘 보세요~'라고 적힌 프랭카드를 들고 한 학교를 찾아갔다.

방송에서 코미디언들은 "쉬는 시간 10분 밖에 안되잖아. 우리가 한번에 (응원해주자)"라고 말하더니, 화이팅을 외치고 학교 건물 앞에 가서 확성기를 들었다.

"00고등학교 학생여러분. 여러분들이 고3이에요? 고3? 여러분들을 위해 <개그야>팀이 응원의 메시지를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한 후, 프랭카드를 들고 학교를 한바퀴 돌았다. 후에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다 같이 '대박수능'을 외치고 다시 <개그야> 무대로 돌아갔다. 그게 다다.

반면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공부의 제왕>을 보자. 방송은 공부의 신 강성태 씨가 수능 5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시험을 잘 칠 수 있는 비밀병기를 공개한다고 예고 했다.

그러나 좀 기다려야했다. MC 이윤석, 김장훈, 강성태 소개하고, 함께 공부할 주인공들 3명 누군지 알아내고, 이윤석 집에 가서 밥먹고 공부방 구경하는데만 44분이 걸렸다. 그 후 주인공 학생 3명과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숙제를 내주는데 4분을 보냈다.

이제야 시작이다. 방송 48분만에 수험생들을 위한 팁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모의고사 때처럼 먹고 입으란다. 고사장에 입실했을 때 불편한 책상을 받게 되면 휴지로 높이를 조정하란다. 수험장에 가서는 스피커 위치를 파악하란다. 긴장을 풀기 위해 주문을 외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란다.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가란다. 시험 칠 때 시간체크를 자주 하면 긴장이 되니까 자꾸 시계를 보지 말란다. 수험표 뒤에 답적어 오지 말고 차라리 한문제라도 더 푸는게 좋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는 답을 맞혀보지 말고 다음 시간을 준비하란다. 밥을 너무 많이 먹으면 졸리니까 적당히 하란다. 시험치기 전날에는 듣기를 한번 더 연습하란다. 시험 전날 너무 일찍 자지 말고 평소처럼 자란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집중해서 공부하란다.

다 듣고 나니 7분이 지났고 다음주 예고편이 나왔다.

김이 빠진다. 모르는 내용도 없을 뿐더러 앞에 진행된 코너들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도 않았다. MC소개 줄이고, 주인공 3명이 누군지 빨리 가르쳐주고 차라리 그들과 이 강의를 함께 들으면서, 예능프로에 걸맞게 좀 재미나게 꾸몄다면 차라리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됐을 듯하다.

재미도 없고 스트레스도 안풀린다. 그렇다고 수능이 5일 남은 시점에서 아직 1년도 더 남은 학생들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그리 적절하지 않아보인다. 이윤석 집에야 프로그램 중간에 놀러가도 되지 않는가?

차라리 <개그야>가 공부에 훨씬 도움이 될듯하다. 일단 실컷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촬영한 고3학생들도 공부에 그리 오래 방해 받았을 거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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