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이게 진짜 오디션 프로그램이지! <팬텀싱어> (11월 18일 방송)

JTBC <팬텀싱어>

악마의 편집도 없었다. 60초 동안 봐야하는 광고도 없었다. “제 점수는요”라는 멘트로 시청자들과 ‘밀당’하는 심사위원도 없었다. 눈물 쥐어짜는 사연도 없었다. 그럼에도, 근래 들어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몰입도가 높았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팬텀싱어>의 위력이 단 2회 만에 드러났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어떤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든 가장 기본은 참가자들의 실력이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많이 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팬텀싱어>는 소위 말해 ‘예고편’으로 쓸 만한 자극적인 장면을 모두 배제한 채, 참가자들의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물론 참가자들에 대한 기본 정보는 제공했다. 중학생, 뮤지컬 배우, 당구장 사장님 등 아주 기초적인 정보들이었다. 참가자들의 경력은 상세히 설명하되, 되도록 객관적 팩트만 전달했다. 가령 지난 18일에 출연한 박요셉 씨는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참가자였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그를 어떻게 소개했을까. 일단 그의 집에 가서 아버지를 인터뷰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방을 카메라로 비추면서 열악한 집안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는지, 그 우여곡절에 대해 최대한 감동적으로 연출했을 것이다.

JTBC <팬텀싱어>

그러나 <팬텀싱어>는 “안마사인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올해 전체 실기에서 성적장학금을 받았다”는 윤종신 심사위원의 멘트가 전부였다.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매개로 어떤 감동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박요셉 씨가 얼마나 성악을 위해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줬다. 심사위원 중 누구도 그를 ‘시각장애인의 아들’로 바라보지 않았다. “좋은 보컬”이라고 부를 뿐이었다.

심사위원과 시청자가 모두 참가자들의 재능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그것은 <히든싱어> 시리즈를 성공시킨 제작진의 힘이었을 것이다. <히든싱어>의 주인공은 진짜 가수가 아니라, 진짜 가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모창 가수들이었다. 모창 가수의 재능에 감탄하면서 시청했던 <히든싱어>처럼, <팬텀싱어> 역시 오로지 실력과 재능만 보이는 음악 예능이다.

이 주의 Worst: 90년대 예능의 불시착! <싱데렐라> (11월 17일 방송)

시청자들의 고민 사연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해주는 채널A <싱데렐라> 제작진은 아마도 이런 시너지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도전천곡>의 친근함과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의 명곡 추억팔이.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두 프로그램의 장점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채, 굉장히 촌스러운 구시대적인 예능이 되었다.

채널A <싱데렐라>

지난 17일 방송된 <싱데렐라>의 주제는 ‘남자의 외로움을 달래줄 발라드5’였다. MC 강성연을 비롯한 패널들은 파혼당한 남자의 사연을 소개하며 외로움과 관련된 노래들을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시청자 설문조사에서 5위 안에 드는 곡들을 맞추는 것이 목표였다.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가 5위 안에 없으면 마이크에서는 바람이 나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게 대체 2016년식 예능인가 싶을 정도로 올드하다.

일단, ‘남자의 외로움을 달래줄 발라드’ 같은 선곡은 굳이 <싱데렐라>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5분만 검색해도 수두룩하게 나오는 결과들을, 굳이 방송을 통해 확인할 이유는 없다. 주제부터 신선하지 않다는 뜻이다.

차라리 랭킹을 맞히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패널들이 주제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택하고 그와 관련된 토크를 이어갔다면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패널들은 저마다 ‘남자의 외로움을 달래줄 발라드’를 선택했지만,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곁들이기보다는 ‘왜 이 노래가 5위 안에 들 것 같은지’에 대해 설명하기에 바빴다. 토크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악 예능이라고 하기에도 굉장히 조악했다.

촌스러움의 절정은 벌칙이었다. 순위를 맞히지 못할 경우, 출연자 양 옆으로 연기가 자욱하게 나온다. 최근 예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던, 유물 혹은 화석에 가까운 벌칙. 게임 위주의 버라이어티 예능 시대엔 먹혔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리얼리티에 가까운 예능들이 앞 다투어 나오고 있는 시대다. 출연자도, 시청자도 전혀 긴장감이나 쫄깃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음악이라는 도구를 꺼내든 이상, 제작진은 그것으로 동시대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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