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중간광고를 둘러싼 신문과 방송의 '진실게임'이 점입가경이다. 동일한 현상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리는가 하면 검증되지 않은 한쪽의 '주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만 인용하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 조선일보 11월 8일자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케이블 이어 지상파도 '중간광고 폭탄'/시청자들 "수시로 흐름 끊겨 짜증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7월 20일 밤 케이블TV의 한 영화채널. 영화 '마인드헌트'가 1시간쯤 상영되다 갑자기 영화가 끊기고 광고가 나왔다. 시청자들은 이때부터 8분15초 동안 무려 32개의 광고를 본 뒤에야 영화를 다시 시청할 수 있었다. (중략) 지난 2일 방송위가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하면서 시청자 불편은 더 커졌다. 앞으로는 '태왕사신기' 같은 인기 드라마를 시작부터 끝까지 보려면 20~30분마다 중간에 끼어드는 상업광고를 참고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지난 5일 SBS <8뉴스>를 보면 사정이 다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민영방송 TF1의 퀴즈 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의 열기를 식히며 진행자가 중간광고를 안내합니다. '아 잠깐만요, 잠시 뒤에 다시 봅시다' 그리고는 다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으로 이어집니다. 프랑스 뿐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이 중요시되는 유럽 국가들 대부분에서 중간광고는 이미 일반화돼 있습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시간당 두 세번 광고를 할 수 있으며 30분 미만의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금지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중간광고인데 신문에서는 '시청자 불편'이 강조되고, 방송에서는 중간광고를 해도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이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중간광고가 시청 흐름을 방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간광고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과 사회적 논의를 무조건 '시청자 불편'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저급하다. 물론 중간광고와 시청 흐름이 무관하다는 식의 포장도 군색하기는 마찬가지다.

▲ 11월 5일 SBS <8뉴스>
중간광고 허용이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 공익성과의 배치 여부 등으로 논의가 한단계 진전돼야 하는데도 여전히 '시청자'만 볼모로 잡혀있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몇가지 유의미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한겨레의 지난 5일자 사설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확대 안된다>의 일부다.

"방송위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재원이 필요하고 방송시장 개방에 맞춰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면 광고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투자재원이라면 마땅히 방송사들이 그동안 수익의 일부를 떼어 마련해야 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자산을 팔아 마련해도 된다.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는 중간광고의 확대는 방송사들의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상파 방송을 더 외면하게 할 수도 있다."

▲ 한겨레 11월 5일자 사설

중간광고를 통해 예상되는 연간 추가수익 규모 또한 입맛에 따라 제각각 보도되기는 마찬가지다. 지상파방송사와 한국방송광고공사는 중간광고를 통한 추가 수익을 연간 400억원 정도라고 주장하지만 케이블TV 업계와 신문협회에서는 5천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아일보는 "방송위원회 방송광고개선 소위에서는 60분짜리 프로그램에 30초간 중간광고를 한차례 허용할 경우 1700억원에 달한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고 보도했지만 경향신문은 "방송위는 성균관대 신방과 한은경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중간광고를 현행 케이블(매회 1분, 4건)의 절반 수준으로 할 경우 연간 483억원, 같은 수준으로 할 경우 연간 1016억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전했다. 기준과 조사 설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언론이 어떤 항목을 인용하느냐에 따라 숫자는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줄어든다.

다양한 주장을 '논란'으로 묶어서 소개하는 경우는 그나마 양심적이다. 신문들은 주로 케이블TV업계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중간광고 추가 수익 5300억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동아일보 11월 7일자
중간광고의 수익 규모 논란은 '프로그램 제작비'에서 한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미드 열풍'과 연관짓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미국 드라마가 대거 몰려오는 상황에서 엄청난 제작비에 구성도 탄탄한 '미드 공세'에 맞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편당 30억원, '로스트'는 4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드라마는 사정이 열악합니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태왕사신기'조차 편당 제작비가 절반 수준입니다.(중략) 이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급선무입니다. 방송위원회가 신문협회 등 일각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간광고 재도입을 결정한 것은 이 같은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7일자 동아일보는 MBC <뉴스데스크> 보다 먼저 이런 반격을 펼쳤다.

"지상파 방송업계의 주장대로 중간광고 허용으로 얻는 수입이 400억 원에 불과하다면 지금처럼 무리하게 중간광고를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총제작비(24부작)가 400억 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중간광고 수입은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수준에 그쳐 중간광고 시행의 명분인 고품격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신문과 방송이 '아전인수' 격으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방송뉴스는 동일한 논리로 단일 전선을 형성하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뉴스는 일제히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해 중간광고가 필수적이라는 리포트를 내보냈는데 입을 맞춘 듯 똑같다.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시청자들은 디지털 텔레비전 수상기를 구입해야 하지만 방송사들 또한 디지털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 오는 2012년 디지털 전환을 끝내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 해마다 1천억원 가까이 투자를 해야한다. HD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비용은 훨씬 더 많이 든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케이블과 달리 무료서비스를 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광고 수익을 늘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2012년 이후 시행되는 완전한 디지털 방송을 위해 광고제도 개선을 통한 재원 마련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SBS 8뉴스)

▲ 11월 8일 SBS <8뉴스>와 MBC <뉴스데스크>
"HD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카메라와 편집기 송출과 송신기계 등 방송사의 주요장비들을 대거 교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송사측이 올해부터 디지털방송이 전면 시행되는 2012년까지 들여야 되는 돈이 대략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를 받지 않는 MBC와 SBS는 그 비용을 모두 광고로 충당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방송이 100조원이 넘는 산업유발효과를 가진 세계적인 흐름이라면 중간광고도 디지털방송을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라고 방송사측은 강조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중간광고를 둘러싼 언론의 '진실게임'은 앞으로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될까. 지난 2일 중간광고 허용 방침을 의결한 방송위원회(위원장 조창현)는 오는 14일 '중간광고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연다.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광고단체연합회, 한국방송광고공사 등 5개 단체가 참가하고 학계에서는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이 1명씩 나온다. 언론시민단체에서는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가 참석할 예정이다.

방송위는 공청회를 내실있게 진행하고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우리 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을 흐리게 하는 진실게임을 더 이상 보고 있기 지겹다. 그렇다고 서둘러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거나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라는 소리가 아니다. '진실의 종'은 늦더라도 제대로 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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