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재개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친박 호위무사들이 대거 공세에 나서는 형국이다. 갈데 없는 친박계 인사들이 국민의 지지가 사실상 붕괴된 상태에서 어떻게든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유지에 힘을 보태고 이후를 도모하려는 흐름이 명백해지고 있다.

17일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는 파행 끝에 결렬됐다. 특검 후보자 2명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천하기로 한 조항을 문제 삼으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합의한 ‘최순실 특검법’, 갑자기 반대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법안심사소위 파행에도 불구하고 오후 전체회의에 특검법을 상정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결사적인 태도로 저항(?)을 이어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특검법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했으나 이 과정을 되짚어보면 그간 납작 엎드려 있던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인사들의 기류 변화가 명확하게 감지된다.

‘최순실 특검’에 대한 새누리당의 반발은 이미 전날부터 시작됐다. 16일 권성동 의원은 “3당이 합의했다고 (법사위에서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키면 통법위로 전락할 수 있다”면서 특별검사 2인을 야당이 각각 추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야당 편향적인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안 통과 반대 발언을 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불면 꺼진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 강경파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역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야당에서 특검을 추천해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은 사적복수, 한풀이 칼춤과 다름없다”면서 “중립적인 기관이 야당과 함께 특검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조항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피의자가 검사를 선택할 수 없듯 고소인이나 피해자도 검사를 선택할 수 없다”면서 “이건 우리 근대 문명의 큰 원칙이다. 이걸 저버리는 것은 문명 이전 사회로 되돌아가는 것”라고 재차 주장했다.

김진태 등 법사위 소속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은 대법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에게 추천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적 중립성’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대법원장도 대통령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이란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새누리당이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합의한 법안을 스스로 반대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 역시 내놓고 있다. 결국 ‘사람’의 문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특별검사 후보로 비중있게 언급한 이후 국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이후 라디오 방송 등에 나와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권의 의사와 관계없이 검찰 수장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당시 ‘통제’가 불가능한 인사라는 게 이미 증명됐다. 그런 사람이 특별검사 후보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가 편할 리가 없다. 더군다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내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당시의 법무부 장관은 오늘의 황교안 국무총리이다. 그러니 새누리당 친박계 인사들이 나서서 충성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나타나 대통령 감싼 정홍원

박근혜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은 오랜만에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등장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17일 개인 입장문을 갑자기 내고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고 진실규명 작업이 한창인데도 실체와 증거보다는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진상이 드러나기도 전에 보도를 통해 모든 내용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이것이 우리가 그렇게도 금기시하는 마녀사냥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2일 오전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정홍원 추진위원회 위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홍원 전 총리는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이용해 국정에 개입했고 사익을 도모했다는 정황이 적지 않고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빌미가 되고 있다면서도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와 주장 또한 결코 법 앞에 평등이 아니다. 그것은 일시적 분풀이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홍원 전 총리는 “2년간 총리로 재직하면서 회의나 면담 등 기회에 대통령을 숱하게 많이 만났고 많은 대화를 나눠봤다”면서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씨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정홍원 전 총리의 입장 발표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홍원 전 총리의 인선 과정에도 최순실 씨가 개입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할 정도다. 실제로 정홍원 전 총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김용준 변호사가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이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러한 깜짝 인사는 당시만 해도 ‘수첩’에 의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이런 사례들은 모두 최순실 씨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어쨌든 친박계 인사들의 이러한 ‘반격’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재개와 맞물려 실력으로 정국을 바로잡겠다는 의지 표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언론에 유례없는 격려전화와 선물이 쇄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흘리고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보기관에 의한 여론조작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이 다시 힘으로 바로잡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 사태는 2018년 2월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