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방송이 관음증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누구나 수긍하는 바이다. 그런데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운 우리 새끼>)는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사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연예인 어머니들의 반응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미운 우리 새끼>는 VCR 형태로 보여주는 연예인 혹은 유명인들의 일상생활보다, 혼자 사는 아들의 생활을 두고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남기는 엄마들의 반응이 더 재미있고 그녀들이 만들어가는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노년기에 접어든 <미운 우리 새끼> 속 엄마들은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들들의 생활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요즘 들어서는 결혼 이야기가 조금 수그러들긴 했지만, 프로그램 방영 초기만 해도 엄마들의 이야기는 온통 ‘기승전결혼’이었다.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그래도 예전과 달리 사회 전반적인 만혼 현상 때문에 결혼 적령기로 통하는 30대 후반 토니안을 둔 토니 엄마는 아들의 결혼에 다소 느긋한 태도를 취한다. 그런데 오십이 다 되어가는 아들 김건모와 박수홍을 바라보는 엄마들은 그 나이에도 결혼을 안 하는 아들에게 분통을 터트린다. 그래도 김건모 엄마는 예전부터 자유분방하고 장난기 많은 아들을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평소 젠틀하고 예의바른 이미지로 활동했던 박수홍의 늦은 일탈은 그의 엄마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미운 우리 새끼>의 아들들은 자신들의 어머니가 그들의 사생활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아들들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유독 결혼을 주제로 적잖은 이야기가 오간다. 수많은 싱글들의 관심사가 결혼과 그 이후의 삶이라고 하더라도, <미운 우리 새끼>는 역시나 싱글 연예인의 일상을 다룬 동시간대 MBC <나 혼자 산다>와 비교해 봐도 결혼 관련 이야기가 여러 번 등장한다.

그동안 여러 싱글 연예인들이 거쳐 간 <나 혼자 산다>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결혼’보다는 출연자들이 지금 현재의 삶을 즐기는 태도에 주력한다.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미운 우리 새끼>의 아들들도 <나 혼자 산다>의 연예인들과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에게도 부모의 결혼 독촉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나 혼자 산다>는, 그렇기 때문에 혼자 사는 이들의 삶을 예찬하고, 충분한 벌이가 있으면 얼마든지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그러나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보다 혼자 사는 아들에 대한 근심걱정이 가득한 엄마들이 앞서는 <미운 우리 새끼>는, 당장이라도 결혼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그 외의 활동에 몰두하는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다. 또한 이런 어머니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기라도 하려는 듯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나이 드신 어머니들을 아연실색하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계속 등장한다. 40대 후반에 클럽에 푹 빠진 박수홍의 이야기도 모자라, 왁싱 등 70대 여성이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로 방송을 이어나가던 <미운 우리 새끼>는 지난 11일 방영분에서 여자 스머프 복장으로 할로윈을 즐기는 박수홍으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대규모 집회가 한창인 때, 여유롭게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이야기를 구태여 방송에 내보내야 했냐는 비판은 차치하자. 박수홍이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일탈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여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또한 아들의 뒤늦은 일탈을 보고 안절부절 못하는 박수홍 엄마는 <미운 우리 새끼>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그런데 어머니가 보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보란 듯이 일탈 행각을 벌이는 박수홍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

어머니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클럽에 가고, 이제는 여장까지 하고 할로윈 파티를 야무지게 즐기는 박수홍의 날라리 선언은 혼자 사는 중년 남자의 일탈로만 보기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오매불망 아들 결혼 생각뿐인 엄마의 꿈을 단념시키려는 아들의 굳은 결단일까, 어머니가 지켜보든 말든 클럽과 유흥에 푹 빠진 늦바람일까. 아니면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려는 제작진의 속내가 빚어낸 해프닝일까. 아들-어머니-제작진으로 이어지는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유지되는 <미운 우리 새끼>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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