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의 유료방송 발전방안 2차 공개토론회가 11월 9일 개최되었다. 주요 내용은 지난 10월 27일 1차 토론회에서 발표된 바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권역제한 폐지를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다.

권역제한이 폐지될 경우 지역사업자로서 SO의 정체성이 상실된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이미 MSO제도가 보편화되어 있어 정체성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IPTV가 SO 아날로그 가입자를 인수하여 모바일 결합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이나 합병심사 과정에서 조건부여가 가능하고, 2~3년 후 디지털 전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오버빌딩으로 인한 투자의 비효율성 우려에 대해서는 SO가 망 구축에 나서기보다 인수합병에 주력할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투자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설령 오버빌딩이 일어나더라도 구간에 따라 사회적 낭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제2차 유료방송 발전방안 공개토론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지윤 미래창조과학부 뉴미디어정책과장,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 김성철 고려대학교 교수, 유지상 광운대학교 교수, 최선규 명지대학교 교수,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전략실장,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 최일준 티브로드 상무.(연합뉴스)

정부의 생각대로 권역제한을 폐지하면 유료방송 시장은 IPTV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SO의 경우 권역제한이 폐지되더라도 다른 권역에 진출하기가 여의치 않다. 가입자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다른 권역에 진입해 망 투자와 가입자 유치경쟁에 나설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IPTV사업자는 SO 인수합병을 통한 가입자 늘리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전국에 인터넷망을 보유하고 있는 IPTV사업자는 SO를 가급적 저가에 인수하여 IPTV가입자로 전환시킬 것이고, 이 과정에서 모바일이 포함된 결합상품을 판매할 개연성이 크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합병심사에서 모바일 결합 점유율 확대에 대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의 대상은 IPTV사업자이지 SO는 아니다.

지역사업자로서 SO의 정체성 훼손 우려와 관련하여 정부는 이미 MSO 제도가 정착되어 있고, 지역성 의무 부여에 한정해서는 권역제한 규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국사업자인 IPTV가 지역사업자인 SO만큼 지역성 구현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정부는 동등결합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하여 조건, 절차, 대가 등에 대한 준거지침을 마련하고, 과도한 할인율 격차 방지를 위한 요금심사를 강화하며, 과도한 경품지급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등결합이란 통신사가 다른 회사의 상품을 자사 상품과 묶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SK텔레콤은 케이블TV 서비스와 인터넷, 모바일을 묶은 동등결합 상품을 준비 중이다. 모바일 경쟁력이 미약한 SO 입장에서 동등결합은 상품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등결합 상품이 케이블업계를 회생시킬 수 있는 돌파구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QPS 제공이 가능한 통신사 입장에서 동등결합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설만한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역제한이 폐지되면 유료방송시장은 IPTV사업자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고 동등결합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 권역제한 폐지는 방송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정부가 아날로그 종료를 통한 디지털 보급 확대에 나서고 요금규제를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완화할 경우, IPTV사업자는 인수합병으로 확보한 SO 아날로그 가입자를 대상으로 결합상품을 권유하며 요금인상을 시도할 것이다. 신규 가입자가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IPTV사업자가 매출을 높이려면 시청자 선택권 제고를 앞세워 최저요금의 하한선을 높이고 상품종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요금규제를 신고제로 완화하더라도 최소묶음상품과 결합상품 할인율에 대해서는 승인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는 최소묶음상품 요금수준과 할인율이 어느 정도로 책정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다. 머지않아 SO 아날로그 가입자는 정부정책에 따라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해야 하고, 디지털방송은 고화질, 다채널, VOD 등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인터넷, 모바일 결합상품을 구매하면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설명을 IPTV사업자로부터 듣게 될지도 모른다.

가입자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유료방송이 발전하려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대개 그러한 돌파구는 새로운 서비스 등장에서 마련된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가솔린차와 디젤차를 대체해 가고 있듯이,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진일보한 서비스가 등장하여 기존 시장을 대체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유료방송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유료방송 발전방안은 IPTV사업자 중심의 공급자 시장 재편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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