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여성 연예인을 상대로 ‘노예계약’을 맺고 수차례 감금·성폭행한 뒤 동영상까지 촬영한 모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씨가 경찰에 구속됐다고 한다.
이는 26일 오전 연합뉴스, 조선일보, 세계일보, 마이데일리 등에서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알려진 사건이다. 이중 조선일보는 협박 횟수, 노예 각서 내용, 감금생활, 남성 연예인의 피해 내용 등 타 언론사에 비해 매우 상세한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닷컴은 “김모씨는 노예계약을 맺은 것도 모자라 ‘나는 김○○의 노예가 되겠습니다’라는 노예각서에 서명토록 강요하고, 자신이 지정한 오피스텔 등에서 사실상 감금생활을 하도록 했다. A씨가 점차 인기를 얻어 김씨를 기피하려 하자 A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 등을 확인해 가족과 친구, 지인 등 주변인에게도 협박을 했다”며 “남성 연예인에게는 자위행위등 수치스런 행위를 강요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뒷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영장을 신청했다고 한다. 피해자 쪽에서 언론에 알려지면 자살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6일 오전, 법원 출입 기자들은 발부된 영장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된 영장을 발견했고, 이후 연합뉴스 등 각 언론사들의 보도가 쏟아지게 된 것이다. 보도에 앞서 피해자 쪽에 확인전화까지 한 언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가 잇따르자 피해자 쪽에서 경찰에 항의하며, 보도한 언론들을 고소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조선닷컴은 피해자의 자살을 우려해 해당 기사를 삭제한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렇게 판단했다면, 피해자가 당한 행위를 그렇게까지 상세하게 보도하고 나서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언론에 새나가지 않길 원했던 피해자는 피해 행위를 매우 상세하게 묘사한 조선일보 보도에 큰 수치심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고 장자연 사건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혹시 ○○일보 고위 임원이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장자연 사건 재수사와 이번 사건이 겹쳐져 ‘여성연예인의 구조적 성상납 문제’에 대한 불씨가 다시 지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닐까? 언론에서 더이상 ‘○○일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게 된 것에 대해 안심했을 조선일보로서는 피해자의 언론사 고소 등으로 이번 사건이 커지는 게 반갑진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장자연 사건’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일까? 자칭 ‘1등 신문’답지 않게 둔감한 구석이 있거나, 피해자의 인권 따위는 배려할 겨를도 없이 방문자수를 끌어올리기에 제격이라는 판단이 너무 앞서 사진 같은 정밀화를 그리려 했던 것은 아닐까.
조선일보의 ‘모 연예기획사 대표의 구속’ 기사가 사라진 이유를 독자 여러분께서도 추정해 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