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 경향신문 <인권침해 ‘가르치는’ 초·중·고 교과서>

‘좌편향 역사교과서’ 논란 때 교과서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분들에게 추천한다. 좌편향이라 낙인찍힌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 감사를 실시, 표적 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울산교육청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이데올로기는 ‘좌우’의 날개로만 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 이런 사소한 것에는 코웃음 치실지 모르겠다. 옳든 그르든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는 것이 못내 불편하다면, 인권위의 판단 기준을 따라 교과서를 한 번 읽어보시라. 그리고 그 행동력을 발휘해 시정해주시라. 역사야 커서 다시 배우면 되지만, 이렇게 체화된 일상 속의 이데올로기적 편견은 평생을 간다. 잘 때는 왼쪽으로도 돌아눕지 않는다는 여러분들의 취향이 아니라 진정 교육을 위해서였다면, 이 기사 보고는 잠 못 이루는 밤이어야 하지 않을까.

▲ 경향신문 6월 26일자 9면.

비추 : 조선일보 <‘장자연 사건’ 수사 재개…문건 작성 의도 밝혀지나>

고 장자연 사건의 중요 관계자인 소속사 대표 김모씨가 일본에서 체포됨에 따라 수사가 재개된다. 자사 사주가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장자연 리스트’에 생살 스칠라 예민했던 조선일보, 수사 재개를 두고 다른 언론들과는 참 다른 독창적인 시각을 피력했다.

조선일보 사주에 무혐의 불구속 처분을 내린 경찰의 일차 수사결과는 문건의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논리에 기인한다. 조선일보는 수사과정에서 사실전달보다는 “자사 대표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고, 수사결과 그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나지는 않았으니 “우리가 참이다” 라는 오류를 전제로 고 장자연 사건을 다시 구성한다. 조선일보가 ‘참’이니, 그 문건이 ‘거짓’이 된다. 그리고 성상납 강요와 관련한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던 문건이 ‘거짓’이니, 그녀가 죽음을 택한 이유도 공공연한 연예계 성상납 강요 풍토가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자살을 한 것일까?” 조선일보에게는 그것이 본질적인 의혹이다. 그리고 “왜 거짓 문건을 작성했을까?”라는 핵심적인 의혹이 남는다. 조선일보식 추리는 이렇게 ‘음모론’으로 가고, 다시 “조선일보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를 댈 수 없는 한 조선일보는 참이다”라는 논리 속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저널리즘의 사명감을 짊어져온 역사를 되풀이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오늘자 조선일보의 사설 “경찰, 이젠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몬 세력 밝혀낼 차례”에서는 ‘언소주’를 비롯한 조선일보 음해세력들이 언급된다.

조선일보의 남다른 시각이 오류에서 나오니, ‘창의적’이라고 무조건 엉덩이 두드려주며 넘어갈 수는 없지 않나. 바라건대 조선일보, 논리와 좀 놀자. 명색이 언론인데 남들만큼은 해야지.

▲ 조선일보 6월 26일자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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