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리고 상당수 국민들이 파악하는 미디어 관련 법률 개정안(이하 미디어법)의 요체는 ‘전(全) 방송국의 조중동화’입니다. 물론 더 잘 아시겠지요.

그리하여 MBC를 무력화시키고 ‘조선 공중파’ ‘중앙 공중파’ ‘동아 공중파’ ‘삼성 공중파’ 등의 출현을 도모합니다. 이 법안은 수일 내 날치기 통과가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그렇죠?

이에 절박한 심정으로 제청합니다. 민주당이 의원직 “총사퇴”(기타 야당들과도 연계)를 고심해 보시길 바랍니다.

▲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단독국회 규탄, 언론악법·비정규악법 저지' 공동 기자회견에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의원님들이 저를 모르시듯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주 조그만 언론사의 객원기자 나부랭이에 불과하죠. 그러나 의원님들은 한 분 한 분이 입법기관이자 헌법기관이요, 국민의 둘도 없는 대표이십니다. ‘사퇴’라는 엄청난 카드를 감히 언급하는 연유는, 저같은 민초(民草)들이 절대 막을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셔야 하기 때문이거니와 이 나라 헌법기관인 의원님들이 국회경위들의 완력에 질질 끌려다니는 장면을 더는 눈뜨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통과를 잠시 보류하는 조건으로 비정규직법 개정안만이라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민주당에 ‘합의’를 제안했다는 소문도 항간에 돌더군요.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사실이더라도 이번엔 절대 휘둘리지 말기 바랍니다. 비정규직법 처리 실패의 책임을 등원하지 않는 민주당에 전가하려는, 그래서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을 맞바꾸자’는 식으로 한나라당쪽의 유혹이 집요하게 들어와도 절대로 말려들지 않아야 합니다. 둘 다 소위 ‘MB악법’임을 모르는 사람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비정규직법안을 수정해서 처리한다 칩시다. 다음엔 무슨 명분으로 미디어법을 막을 겁니까? “신문·방송 겸영 허용” “재벌의 방송사 소유”를 집권여당이 양보할 리 만무하잖습니까. 한나라당이 조금 양보해봤자 계류중인 비정규직법안이 일용직, 계약직 노동자들을 진정 위하는 방향으로 통과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 사과와 단독국회 철회를 요구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회의원이 왜 거리에만 있냐.’ ‘이제 의사당 들어가 뭐라도 좀 해라.’ 작년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는 등원하는 게 나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다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 정도까지 먹통일 줄은 미처 몰랐단 말입니다. 등원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사퇴’를 진지하게 논의하십시오. 국회의장이 수리하든 반려하든 일단 저지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당지지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반사이익을 민주당은 누렸는데, 의석수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뭔가 ‘스스로’ 보여줄 때입니다. 젖먹던 힘까지 쏟아붓고 당하는 것과 대충 주어진 여건에서만 애쓰다가 당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의석수는 불리하지만 여론은 불리하지 않다는 사실에 비춰본다면 국민은 외면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은 결코 당하지 않을 겁니다.

혹자들은 지난 연말 이후 민주당 의원님들께 생즉사(生卽死)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주문해왔습니다. 정말 이젠 그래야 할 때가 온 것도 같네요. (저의 무례한 언행, 의원님들의 아량에 기대며) 금배지 뽑아던지고 백의종군 하시는 날 기다리려 합니다.

시간은 많지 않지만, 고생하시는 의원님들 편은 아직 많습니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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