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에드워드 웨스턴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표현매체는 작가로 하여금 매체 자체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아마도 웨스턴이 꼭 집어 말하고 싶은 매체는 사진이었겠지만, 그는 ‘모든 표현매체’로 범위를 넓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떤 매체도 ‘한계 없는’ 것은 없다. 오히려 한계(혹은 경계)는 범장르적인 골칫거리인 동시에, 궁극의 탐구영역으로 인식되어 왔음을 예술사는 증언하고 있다. 표현하지 않는 예술은 없고, 표현은 매체를 통해 드러나며,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모든 표현자들은 도구종속적이다. 자칭타칭 세상의 ‘딴따라’들은 저마다 제 몸에 맞는 도구를 끼고 산다.
고상함을 내팽개친 어떤 시인의 손에 이끌려 대전의 공장에 내려간 건 지난 해였다.
1973년 성수동에서 자본금 2백만원으로 출발한 (주)콜트악기는 인천과 대전에 공장을 세우고 사세를 확장해 왔다. 회사는 연속흑자행진을 이어왔고, 이는 세계 기타시장의 30%(OEM 포함)를 점유하는 성과로 나타났다. 박영호 사장은 천억원대의 부자가 되었다. 이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과 산업재해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일해온 노동자들의 덕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어느 날 공장을 닫았다. 바다건너 값싼 노동력을 찾아, 노조도 없고, 창문도 없고, 딴생각도 없는 지상낙원을 찾아....
해고노동자들은 오늘도 거리에서, 15만볼트가 흐르는 송전탑 위에서, 악기상점 앞에서 피켓을 든 채 ‘한여름의 추위’에 떤다. 딴생각은 없다, 다시 일하고 싶을 뿐.
세상의 기타쟁이들은, 이 사연 알까? 그대들의 도구는, 설운 눈물에 젖었다.
* 이 사진과 글은 <씨네21> 692호에 실렸던 원고를,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