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 실오라기 한 올 만큼의 관심도 없다. 오로지 남은 임기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도와준 최순실 일가가 그동안 형성해 온 수천 억 원 대의 재산을 지켜주고 최소한의 벌만 받도록 도와주는 '빽'이 되고, 자신도 대통령직을 이용해서 '사적 이익'을 탐하다가 저질러놓은 각종 불법 탈법행위의 흔적을 지우거나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그게 '고작' 총리 교체이며 정국 수습책이란다. 이판사판이다.

작두 위에서 칼춤이라도 추며 발광해서 잘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이판사판에 나라와 국민은 없다. 하기야 언제는 있었던가.

지난 2004년 7월 한나라당 대표가 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분을 전달하는 김병준 당시 정책실장. (연합뉴스)

'신의 한 수' 운운하며 김병준이 참여정부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야당에서 협조의 의무감이 작동하는 심적 동요를 일으켜 박근혜 정권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수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현명하다. 지금은 참여정부 출신이든, 국민의 정부 출신이든 '박근혜 하야' 아니면 이 흐름을 바꿀 수 없는 정국이다.

또한 참여정부 출신 김병준을 총리로 기획한 '김기춘과 그의 주변 인사들'의 이런 꼼수는 결정적인 오판에 기반한다. 이미 지난 9년 동안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배신 행각에 참여정부에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에게 차고 넘칠 정도로 '내성'이 쌓여 있다. 아시다시피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배신 행각'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반기문 유엔총장과 윤병세 장관 등 '현역들'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당시 검찰총장 임채진 등이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준 장관급 인사들이다. 참여정부에서 장관, 차관 큰 별 달고 새누리당에서 공천 받아 국회의원 하는 자들도 수두룩하다. 김병준도 반기문, 윤병세 류의 변절자 반열에 스스로 걸어갔고 이는 참여정부 지지자들의 분노를 더 키울 뿐이지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획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뿐이다.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민심의 배신자'를 미끼로 삼아 현 정국을 돌파하고자 하는 기획력에 조롱의 미소를 보낸다.

'선무당 게이트' 정국에서 '하야'가 전제되지 않은 거국중립내각을 여야의 대타협으로 발표해도 정치권 전체 또는 야당은 치명적인 역풍 맞을 상황인데, 특정 인물 총리 내정으로 현재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나선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의 일차원적 기획력에 실망이다.

하기야 최순실 일가의 기획력보다 못하여 현 정권 내내 최순실의 심부름이나 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그의 주변 인사들이니 이런 기획 이상 더 뭘 바라겠냐마는.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다시 한 번 '역시나'를 확인하게 되니 씁쓸할 뿐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아직도 지키려고 부리는 꼼수는 당신들에게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터. 참담하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한 국민들에게 머리 풀고 무릎 꿇어 이실직고함으로써 청와대를 떠나라. 이것이 '선무당게이트'를 최소 방어율로 마무리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누구 말대로 '드러난 사실'이 부끄럽고 '드러날 사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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